측근 인사·여권 내홍·정책 혼선이 결정적
17일 출범 100일을 맞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표정이 밝지 않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취임 초 50%대였던 지지율이 취임 석 달도 못 돼 20%대로 곤두박질한 탓이다. 해당 조사에서 취임 100일째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사례는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집회가 열렸던 이명박 정부가 유일하다. 정권 초 허니문은커녕 지지율 반등 기회조차 찾지 못하는 요인으로 검찰 편중 등 인사 논란, 국민의힘 내홍, 정책 혼선 등이 첫손에 꼽힌다. 이를 촉발한 것은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결과적으로 '본인 리스크'가 가장 크다는 지적이 많다.
장면① "전 정부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
6·1 지방선거 이후 꾸준한 지지율 하락은 검찰 편중·사적 채용 등 인사 논란이 기폭제였다. 윤 대통령은 6월 7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검찰 출신을 대통령실과 내각, 사정기관 요직에 포진시킨 데 이어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까지 금융감독원장에 내정하면서 '검찰 공화국'이란 지적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능력주의 인선의 실패는 반대 여론에도 임명을 강행했다가 34일 만에 물러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례가 명징하게 보여준다. 윤 대통령이 7월 5일 음주운전 이력 등 논란이 제기된 박 전 장관 임명과 관련해 "전 정부에서 지명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두둔한 것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같은 달 10일 교수 재직 시 성희롱 발언 논란이 제기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의 사퇴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이에 7월 2, 3주 윤 대통령 지지율은 32%까지 주저앉았다.
장면②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국민의힘 내홍도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었다. 성상납 및 무마 의혹이 불거진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결정(7월 8일)을 계기로 이 대표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간 갈등이 분출하면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내홍의 한복판에 서는 계기가 발생했다. 윤 대통령이 7월 26일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노출되면서다. 그간 "당무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거리를 두었던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 징계의 배후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7월 4주 30%대가 붕괴해 28%를 기록했다. 이후 3주째 20%대에 머물고 있다.
장면③ "만 5세 입학 신속히 강구하라"→"신속한 공론화"
오락가락한 정책 메시지도 민심이 등을 돌리는 계기였다. 취학연령 만 5세 하향 정책 추진이 단적인 사례다. 윤 대통령이 7월 29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공식 브리핑에서 발표했다.
그러나 대선공약에도 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도 없던 정책이 발표되자,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박 전 장관이 8월 2일 "국민이 반대하면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며 물러섰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같은 날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라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사실상 입장을 번복했지만,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없었다. 이 같은 정책 혼선을 여실히 드러낸 후 실시된 8월 1주 조사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정부 출범 후 최저치인 24%를 기록했다.
※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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