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
시간 부족으로 민감 현안 파고드는 데는 한계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듣는다'는 제목으로 예정했던 시간보다 긴 54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20분 동안 모두발언을 한 뒤, 30여 분간 취재진과 사전조율 없는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방식이었다.
이날 회견은 오전 10시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통해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연단 앞에 선 채, 프롬프트 없이 준비된 원고를 참고해 취재진과 눈을 맞춰가며 모두발언을 했다.
20분간 이어진 모두발언은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보다는 지난 100일간 추진한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배경에 미진한 정책 홍보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주제는 경제·외교·과학기술을 총망라했다. 윤 대통령은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했다. 경제 기조를 철저하게 민간 중심, 시장 중심, 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했다"면서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고 자부했다. 이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을 재건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공고히 해서 북핵에 대해 강화된 확장억제 체제를 구축했다"며 외교 성과도 자찬했다. △규제개선 △누리호 발사 성공 △바이오 헬스 육성방안 마련 △탈원전 정책 폐기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 문제 처리 등도 일일이 강조했다.
질의응답은 자유주제로 질문자를 사전에 정하지 않은 채 30여 분간 진행됐다. 12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 12명에게 질문 기회가 주어졌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국정 쇄신 방향이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등 여당 내홍을 두고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일정한 톤과 표정으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임기 초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목소리가 높아지곤 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겉으로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윤 대통령 스타일에 맞춰 이날 회견은 과거 정부에 비해 단출하게 진행됐다. 회견 장소는 평소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만나는 브리핑장이었고, 연단 뒤 현수막을 제외하면 별다른 장식 없이 의자만 추가 배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규모 회의 및 연회를 위한 청와대 영빈관에서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회견에 앞서 특정 의미를 담은 대중가요를 틀곤 했던 '감성 연출'도 이번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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