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사보타주’ 주장
우크라 “2~3개월 안 이런 사건 더 있을 것”
러시아 자작극 관측도...크림반도 새 화약고로
러시아, 오데사 휴양시설도 포격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의 군사시설에서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보이는 ‘미스터리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를 맹폭하는 등 히스테리 섞인 반응을 보였다.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화약고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우크라 배후" 주장에... 우크라도 자신들의 소행 암시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잔코이 지역의 탄약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철로와 전선, 주택 등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폭발 이후 인근 변전소에도 불이 났다.
앞서 크림반도의 사키 공군기지 탄약고에서 지난 9일 대규모 연쇄폭발이 발생한 지 일주일여 만에 비슷한 폭발이 또 일어난 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항공기 탄약 폭발로 일어난 사고”라며 우크라이나 연관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엔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번 폭발 사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한 현지 이슬람 정치단체 '히즈브 우트 타흐리르'(이슬람해방당)의 비밀조직을 해체하고, 사건의 배후를 쫓고 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17일 전했다.
우크라이나도 이 폭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암시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완전한 점령 해제를 달성할 때까지 크림반도와 다른 지역의 비무장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공작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란 우크라이나 측의 예고까지 등장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2∼3개월 안에 이런 종류의 사건이 더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러시아 국방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한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서방이 반대하는 대량살상무기(WMD) 등을 쓸 수 있는 명분 쌓기용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크림반도를 공격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심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크라, “러시아군 보급로 차단, 군내 혼란 목표”
군사 전문가들은 동부 돈바스에 이어 크림반도가 양국의 새로운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땅을 다시 찾아야 전쟁이 끝난다는 입장이고, 러시아로서도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반도를 포기할 수 없어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키 공군기지 폭발 직후 "크림반도에서 시작된 이번 전쟁을 크림반도 해방으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크라이나군은 크림반도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가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표적이란 점도 시사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와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포격하는 등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하르키우 9개 구역 중 5개 구역에서 건물, 도로 등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오데사에서도 휴양센터 등 여러 건물이 파괴되고 3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 러시아가 장악한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도 양측의 교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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