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동그라미 역 주현영
SNL 코리아 '주기자' 로 인기
안방극장 데뷔작서 배우 입지 굳혀
배우로서 주현영(26)의 정체성은 희미했다. SNL 코리아에서 ‘주기자’의 인상이 워낙 강렬했던 탓이다. 그러나 이 무서운 신예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배우의 입지를 단박에 굳혔다. 이전 배우 경력은 웹드라마나 단편 영화에 집중돼 있어 '우영우'가 사실상 안방극장 데뷔작이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현영의 첫인상은 ‘차분하다’였다. 드라마 속 통통 튀는 동그라미를 예상하고 만났지만 180도 달랐다. 그는 "실제 제 성격은 체면을 많이 차리고 눈치도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걱정 인형”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MBTI도 'ISFP’다. “누군지 모르겠는데 제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분이 기사에 ‘현영이 정말 조용한 앤 줄 알았는데 여기서 이렇게 보니까 정말 신기하다’는 댓글을 다셨더라”고 했다.
오디션은 '봄날의 햇살' 최수연으로
오디션을 본 역할도 원래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었다. 그런데 제작진은 동그라미 역을 제안했다. “감독님이 ‘주기자’에서 똘끼를 봤다며 동그라미에 그 모습을 입혀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두가 나지 않아 처음에는 “자신 없다”고 주저했다. 그는 "동그라미는 어떤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툭 내뱉고 행동해 버리는 친구인데 저랑 결이 달라서 걱정이 컸다"고 했다.
부담감은 촬영을 거듭할수록 차츰 줄었다. 박은빈과 같은 베테랑을 상대역으로 만난 게 큰 도움이 됐다. 주현영은 "SNL은 독백도 많고 저 혼자서 끌고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영우’는 상대랑 호흡을 계속 맞춰 가는 게 가장 큰 차이였다”며 “현장에서 뭔가 보여줘야 되고 웃겨야 된다는 강박을 영우, 털보 사장님과 같이 연기하면서 풀어 나갔다"고 했다.
내향형이지만 배우로서의 순발력과 연기에 대한 욕심만큼은 남다르다. 영우의 첫 변론을 앞두고 발성 연습을 도와주는 장면을 포함해 그라미 대사와 지문의 많은 부분이 애드립이었다. "그라미는 충동적인 사람이니 무언가를 정해놓고 하면 경직되고 작위적으로 하게 될 것 같아서 마음 놓고 애드립을 했는데 선배들이 다 너무 잘 받아줬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이 된 '우 투더 영 투더 우', ‘동 투더 그 투더 라미’ 같은 인사법도 주현영이 직접 만들었다.
3대 아이돌 기획사 문 두드렸던 주현영
배우의 끼는 어렸을 때부터 즐겼던 ‘원맨쇼’의 덕이 크다고 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들이 있는데, 저랑 안 놀아줬어요. 그래서 방문 잠그고 앞에 인형들을 쫙 깔고서 원맨쇼 하며 놀았거든요. 선생님도 따라 하고 춤추고, 노래 부르고 콘서트 열고요.” 3대 아이돌 기획사 오디션을 다 봤을 만큼, 돌아보면 내면엔 항상 '조용한 열정'이 있었다.
촬영 중인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선 동그라미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눈치 보고 실수도 하지만 나름 오기와 집념이 있는 사회 초년생 역할을 맡았다. 영화 '두시의 데이트'도 이미 촬영을 마쳤다. 그는 "영화 ‘1987’에서 연희(김태리) 같은 역할이나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처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에도 도전하고 싶다"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연기할 때 주현영이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인물로 보이게끔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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