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김선욱 지휘 KBS교향악단·임윤찬 협연 리뷰
멘델스존 교향곡 4번·피아노협주곡 1번 연주
지휘자와 피아니스트가 앙코르 무대를 위해 함께 나란히 피아노 앞에 앉았다. 피아니스트이자 KBS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은 김선욱과 협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었다. 곡명은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C장조(K.521)' 2악장. 두 피아니스트의 다정한 교감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20일 열린 KBS교향악단과 임윤찬의 협연을 찾은 관객은 클래식계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하는 두 피아니스트의 연탄곡 연주를 깜짝 앙코르 선물로 받았다. 이날 협연은 멘델스존과 코른골트의 음악을 집중 탐구하는 롯데콘서트홀의 여름 음악축제 일정의 하나로 열렸다.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 1번 연주의 지휘자와 협연 피아니스트로 처음 무대에서 만난 김선욱과 임윤찬은 공교롭게도 모두 18세에 세계적 권위의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공통점을 지녔다. 임윤찬은 지난 6월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김선욱은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한국에 클래식 열풍을 일으켰다. 우승 당시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로 조명받은 것도 두 사람의 공통된 특징이다.
말하자면 '클래식계 아이돌' 선후배인 두 사람이 이날 무대를 이끈 셈이다. 1부에서 KBS교향악단의 코른골트 ‘연극’ 서곡 연주가 끝나고 특유의 수줍은 모습으로 등장한 임윤찬은 단 7마디의 오케스트라 연주 후 바로 피아노 독주가 이어지는 멘델스존 피아노협주곡 1번 1악장이 시작되자 금세 음악 속으로 맹렬히 파고들었다.
약 20분의 길지 않은 연주엔 임윤찬이 객석에 전하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겼다. 강렬한 1악장 도입부에선 세계를 매료시킨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의 폭발적 타건이 재현됐다. 맑고 서정적인 2악장을 통해서는 절제된 연주로 관객에게 내밀한 이야기를 조용히 건네는 듯했다. 3악장으로 구성된 멘델스존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화려한 기교가 기본인 곡이어서 임윤찬의 현란한 연주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아울러 오케스트라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는 듯 오케스트라 파트가 나올 때마다 몸을 오케스트라 쪽으로 돌려 집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실력이야 이미 검증됐지만 많은 팬의 지지를 받게 되면서 이제는 무대를 즐기기까지 하는 여유가 보기 좋았다"는 감상평을 전했다. 이날 연주회는 물론 티켓 발매일이 정해지지 않은 12월 독주회를 제외하고 하반기 예정된 임윤찬의 모든 공연은 매진된 상태다.
이날 KBS교향악단은 2부에서 정갈한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연주 후 앙코르 연주 없이 무대를 마무리했다. 지휘자 김선욱이 준비된 오케스트라의 앙코르 곡을 포기하고 1부 협연자 임윤찬에게 솔로 앙코르를 추가적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김선욱은 모차르트 연탄곡 연주 후 자신이 앉았던 피아노 의자를 직접 한쪽으로 치우고 하프가 놓인 오케스트라 뒷줄에 쪼그려 앉아 임윤찬의 멘델스존 '환상곡' 1악장 연주를 관객과 함께 감상했다. 먼저 스타덤에 올라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 중 한 사람으로 성장해 온 김선욱이 새로운 스타 임윤찬이 역량을 펼치도록 무대를 내어준 것이다. 임윤찬의 두 번째 앙코르 연주 후에도 객석의 박수가 잦아들지 않자 굳어 있던 임윤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K클래식'은 세대를 넘어 교감하며 성장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