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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처장 "공직자 후진적 행태 개선 없인 유능한 정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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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인사처장 "공직자 후진적 행태 개선 없인 유능한 정부 불가"

입력
2022.08.22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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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가로채기 등 근무 의욕 떨어뜨리는 후진문화 안돼
공정, 일· 삶 균형 중시 세대특성 반영해 청년 유인해야
"시대변화 맞춰 공무원 인재상 재정립, 인사제도 손질"

116만 공직사회가 술렁거린다. 인재들이 몰렸던 ‘공시생’ 열기는 예전 같지 않고,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수혈한 ‘젊은 피’는 얼마 안 가 조직을 떠나는 탓이다. 여당 원내대표의 9급 공무원 비하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공무원 임금 동결, 정원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직문화 혁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직문화 혁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직사회에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정부의 공무원 정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달라진 공직 환경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면서도 "실무직에 유리한 공직문화를 만들고, 시대 변화에 따라 공무원 인재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공직 인사 시스템은 훌륭하지만,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태는 후진적 측면이 적지 않다”며 “공직 문화 혁신 없이는 유능한 공무원도, 유능한 정부도 없다”며 공직사회 혁신 의지를 피력했다.

인사혁신처 차장과 대통령비서실 인사혁신비서관, 소청심사위원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인사 전문가로 꼽히는 김 처장을 취임 100일(20일)을 앞두고 18일 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7년 만에 다시 인사혁신처로 돌아왔다. 무엇이 가장 많이 변했나.

“공직 세대 구성이다. 행정부 공무원 20·30대 비중이 41.4%다. 인사처만 보면 49% 수준이다. 개인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 비율이 높은데도, 그동안 세대 간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통 기회가 부족했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조직 문화를 선호하는 세대가 주류가 된 만큼 이전과는 다른 인사 제도가 필요하다.”

-많은 간부들이 MZ세대 직원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게 바로 우리 공직 문화가 뒤처졌다는 증거다. 관리자가 지시할 때 ‘이거 해, 저거 해’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말해야 하는 시대다. 공직사회 전반이 코칭과 대인관계 역량을 키워야 하고 그중에서도 과장과 팀장급의 현장 관리자 역할이 크게 재조명돼야 한다. 인사처가 개발 중인 대인관계 기법을 활용하면 MZ세대 특성 파악과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조기 퇴직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조직 문화와 관련이 있나.

“후진적 조직 문화가 젊은 직원들의 근무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은 내가 했는데 성과는 선배가 챙기는 등의 후진적 조직 문화로 불필요한 내부 손실이 생기는 경우다.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끼어 자란 기성세대는 몰라도, 자녀가 하나둘뿐인 요즘엔 용납 불가한 장면이다. 공정한 보상,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MZ세대 특성을 반영한 공직문화와 인사제도 없이는 청년들을 유인할 수 없다."

-업무량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5급만 해도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교육하고 배치하는데, 9급과 7급의 경우 사전교육 없이 부처 배치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총 쏘는 법을 배우지 않고 전장에 투입된 입장에선 업무가 당연히 힘들다. 올해부턴 보직 전 교육을 하도록 각 부처에 요청해놓고 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직문화 혁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18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직문화 혁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공무원 인기 하락 분위기 속에서 정부의 정원 축소와 임금 동결 추진에 일선의 불만이 매우 크다.

“기획재정부에 임금 인상을 요청한 상황이다. 국회 논의를 거쳐 결정되겠지만, 총보수 재원이 결정되면 범위 내에서 실무직에 유리한 수당 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6급 이하 직원이 90% 이상 받아온 가족수당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 이상 떨어질 사기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능력에 따른 승진 기회 부여, 적극 행정에 대한 즉각적 보상, 현장 공무원 보호 강화 등 다양한 사기진작책을 추진하려고 한다. 특히 공모 직위를 현재 국·과장급에서 5급으로 확대해 더 많은 공무원에게 역량 개발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최저 승진 소요 연수 같은 허들이 없어지면 7급으로 들어와서 5년 만에 5급이 될 수 있다. 고위 공무원 출신도 다양화할 수 있다.”

-혁신과제 중 ‘동료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계획에 뒷말이 많다.

“20년 전 시행한 다면평가와는 다르다. 당시엔 모르는 사람을 평가하면서 인기 투표가 돼버렸다. 이번 평가는 같은 부서의 동료, 역량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평가자가 된다는 데 차이가 있다. 아부 잘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겠느냐 우려는 안 해도 된다. 상·하위 10% 평가를 걷어내는 등 공정성을 높일 방법은 많다.”

-같은 부서에서 상호 평가하면 온정적 평가가 많아지지 않나.

“선의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와 직장은 다르다. 직장은 학교와 달리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 팀플레이를 하는 곳이다. 대인관계 잘하는 사람이 조직에서도 일을 잘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 인재상 재정립을 천명했다.

“공무원 면접 채용 요소를 보면 공직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딱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공무원들 상대로 내부 1차 조사 결과 국민 중심, 고객 배려, 적극, 헌신, 열정, 창의, 변화 같은 키워드가 도출됐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인재상을 기준으로 채용, 교육, 평가, 보상 등 인사체계 전반을 개선할 것이다.”


세종=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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