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갈수록 자극적 중계… 경찰도 안중 없어
"돈 들어왔으니 더 크게" 소음민원 급증
“딱지 끊어 XX놈아! 100개 끊어!”(‘깡통아재’ 최모씨)
“아, 구독자님이 벌금 내라고 돈 보내주셨어요. 형님 소리 더 지르세요! 스피커도 더 크게! 우리 시끄럽게 합시다!”(‘우파삼촌’ 김모씨)
6일 오후 2시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이 자리 잡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앞. 경찰이 1인 시위 중인 유튜버들에게 기준 소음을 넘었다며 범칙금을 통고하려 하자, 격분한 듯 돌아온 반응이다. 스피커 소리는 더욱 커졌고 휴대폰 앱의 소음 측정기 수치는 100데시벨(㏈)을 훌쩍 넘었다. 열차가 바로 옆에서 지나갈 정도의 굉음에 가까웠다.
평산마을만의 문제는 아니다. 단골 집회장소인 서울 종로와 영등포 일대 경찰들은 유튜버들의 막무가내 행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인 시위자 대부분은 유튜브로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기 때문에 ‘소음 폭력’을 자주 연출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방패막이 삼아 돈벌이에 몰두하는 유튜버들에게 경찰은 안중에도 없다.
늘어난 집회 유튜브 중계... 소음 민원도 급증
24일 한국일보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소음 민원 통계에 따르면, 집회 소음과 관련한 112 신고와 이에 따른 경찰 조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집회 신고가 가장 많은 5월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소음 신고가 2,760건이었지만, 올해는 4,074건으로 급증했다. 소음 유지·중지 명령(240건→297건)과 수사의뢰 건수(11건→53건)도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집회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집회를 자극적으로 중계하는 유튜버들이 늘어나면서 소음 민원이 급증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집시법 제14조는 집회·시위 주최자가 확성기 등을 사용해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켜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 벌금·구류 또는 과료 등에 처하지만, 실제로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음은 10분 평균치로 계산하는 등가소음과 최고소음 기준으로 측정된다. 등가소음 기준으론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 주변은 주간에 65㏈ 이하, 야간에는 60㏈ 이하, 심야시간에는 55㏈ 이하여야 한다.
꼼수 부리는 유튜버들...“벌금? 내고 말지”
양산 평산마을에서 만난 유튜버들은 "벌금 내면 그만"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현행법의 허점을 파고들며 방송에 열을 올렸다.
한 유튜버는 성능 좋다는 외제 스피커를 보여주며 "이게 1,000만 원짜리"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집회 방송 한번 하면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들어오는데, 그까짓 벌금을 무서워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소음 규정을 위반해도 최대 벌금 50만 원, 1인 집회의 경우엔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최대 10만 원) 부과가 전부다.
법을 조롱하듯 소음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유튜버도 있었다. 7분간 고성을 지르다가 3분간 휴식을 취하며 '10분 소음 평균치'를 낮추는 식이다. 맞불 집회 참여자나 다른 유튜버와 일부러 마찰을 빚어 '중복 소음'을 유발해 측정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중심의 대형 집회 관리에서 탈피해 유튜버가 중심이 된 최근 집회 행태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시골이나 도심, 주거지와 학교 주변 등 지역 특성에 맞게 소음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1. 평산마을의 여름 한 달간의 기록
2. 팬덤이 쌓아올린 그들만의 세계
3. 불순한 후원금, 선의와 공갈 사이
4. 정치권, 필요할 땐 이용하고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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