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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축제 방해한 죄?'...비 예보했다 잘린 헝가리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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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축제 방해한 죄?'...비 예보했다 잘린 헝가리 기상청장

입력
2022.08.23 19:09
수정
2022.08.23 19:1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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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일 불꽃축제, 폭우 예보 탓 연기
행사 당일 날씨 맑자…기상청 "사과"
야권, 행사 강행 정부 향해 "취소하라"

2019년 8월 20일 헝가리 국경일인 '성 이슈트반의 날'을 맞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위로 화려한 불꽃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2019년 8월 20일 헝가리 국경일인 '성 이슈트반의 날'을 맞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위로 화려한 불꽃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헝가리 기상청 ‘일인자’와 ‘이인자’가 한꺼번에 해임됐다. 엉터리 기상예보로 국경일 행사에 혼란을 야기한 ‘괘씸죄’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라즐로 팔코비치 헝가리 기술산업부 장관은 코르넬리아 라딕스 국립기상청장과 기율라 호바스 부청장을 해고했다. 기상청은 기술부 소관이다. 당국은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10년간 기상청을 이끌어온 라딕스 청장의 갑작스러운 해임이 ‘오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사건은 이렇다. 헝가리 정부는 20일 ‘성 이슈트반의 날’을 맞아 대대적인 불꽃축제를 열 예정이었다. 이날은 헝가리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슈트반 왕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전국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데, 특히 수도 부다페스트 중심부 다뉴브강 인근에서 수만 건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행사가 백미다. ‘유럽에서 가장 큰 불꽃축제’로 꼽히기도 한다. 이날도 다뉴브강 연안 5㎞를 따라 240개 지점에서 약 4만 개의 불꽃이 일찌감치 발사 채비를 갖췄다.

그러나 행사는 축제 시작 7시간 전 돌연 일주일 연기됐다. 기상청이 “강력한 폭풍이 부다페스트를 강타할 것”이라고 예보하면서다. 기상청은 75~80% 확률로 강풍과 비바람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꽃축제와 함께 예정됐던 에어퍼레이드도 한 주 미뤄졌다. 축제를 기대하고 모인 200만 명의 시민들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기상청의 관측은 크게 빗나갔다. 이날 폭풍우는커녕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자 기상청은 이튿날 페이스북에 “가장 가능성이 낮았던 시나리오가 발생했다”며 “불확실성은 일기예보의 일부”라고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기상청의 ‘무능’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정부가 이틀 만에 해고 카드까지 꺼내든 셈이다. 현지 친정부 성향 매체 오리고는 “기상청이 악천후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서 (정부 내 행사) 담당팀을 오도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축제가 완전히 취소된 것도 아닌 데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가능성과 국민 안전을 고려하면 행사 연기가 꼭 잘못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어서다. 2006년 헝가리 정부가 기상청의 경고를 무시하고 불꽃축제를 강행했다가 시속 100㎞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5명이 숨지고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례도 있다. 야당인 모멘텀운동(MM)의 안드라스 페케테 죄르 전 대표는 “기상청은 (정부가) 원하는 날씨를 만들어 내지 못해 해고당했다”고 꼬집었다.

27일 행사가 다시 진행되는 만큼 정부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간 헝가리 야권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 데다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쓸데없는 돈 낭비를 한다”며 행사 취소를 요구했다. 20만 명의 시민들도 취소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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