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
후원금 고리로 '집단 극화' 한국적 현상
대규모 집회·주요 판결마다 출몰 생중계
'대안 언론' 자처… 대선 활약 대통령실까지
2만mAh 대용량 보조배터리에 연결된 스마트폰을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쉴 새 없이 중얼거리는 사람들. 삼각대를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주목을 끌 만한 장면이 포착되면 약속한 듯 몰려들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들은 중요 사건 판결이 나오는 날이나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마다 서울 도심이나 서초동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들을 지칭하는 ‘광장 유튜버’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광장 정치에서 유튜버의 역할’을 연구한 이종명 경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에 따르면, ‘광장 유튜버’ 출현은 양극화된 정치적 환경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들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유튜버들은 스스로를 ‘대안 언론’으로 칭하며 정치 유튜브로 세를 넓혔고,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튜버들에게 당내 입법보조원 자격을 주자”고 제안하는 등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보수정당은 외부 시선을 의식해 일정 기간 '광장 유튜버'와 거리를 뒀지만, 최근엔 제도권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일부 보수 유튜버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뒤, 대통령실까지 진출한 게 대표적이다.
이 연구원은 ‘광장 유튜버’의 확산을 정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신호로 해석한다. 이들은 현장을 중계하면서 너와 내가 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구독자와 실시간 채팅으로 상호작용하는데, 이는 공고한 '신뢰 결사체'로 발전한다. 이 연구원은 "문제는 이들이 '집단 극화(집단으로 있을 때 더 극단적 결정을 내리는 경향)’되면서 점점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사회가 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좌표부터 찍고 보는 일부 유튜버들 행태도 집단 극화와 관련이 있다. 유튜버는 가짜뉴스를 통해 조회수를 올리고 구독자는 기꺼이 후원금을 보내는 악순환이 생기는 이유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광장 유튜버들은 자신의 발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고'식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유튜브 구독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게 이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1. 평산마을의 여름 한 달간의 기록
2. 팬덤이 쌓아올린 그들만의 세계
3. 불순한 후원금, 선의와 공갈 사이
4. 정치권, 필요할 땐 이용하고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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