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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불시착 때 바이올린 연주..."K팝처럼 클래식도 개성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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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불시착 때 바이올린 연주..."K팝처럼 클래식도 개성 중요"

입력
2022.08.25 15: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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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소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31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듀오 리사이틀
"선우예권, 인내심 강해 함께 음악하기 좋은 상대"

스스로를 '음악 외교관'으로 여기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은 처음 클래식 음악을 접하거나 막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관객을 염두에 두고 선곡한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스스로를 '음악 외교관'으로 여기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은 처음 클래식 음악을 접하거나 막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관객을 염두에 두고 선곡한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2018년 5월 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가는 포르투갈항공(TAP) 663기가 리스본에서 310㎞ 이상 떨어진 포르투에 불시착했다. 공포감이 극에 달할 즈음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이올린 선율. 연주의 주인공은 탑승객 중 한 명인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경력의 대만계 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33)이었다. 연주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공간에서 악기를 꺼내 드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 첸은 "과거 음악 커리어의 목적이 연주회와 음반 발매였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장 이후 음악가들은 전 세계 청중에게 창의력과 열정, 예술성을 보여줄 기회의 시간 앞에 서 있다"고 당시의 이례적 상황을 설명했다.

'21세기형 클래식 음악가'로 불리는 첸은 내한공연에 앞서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중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첸은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이자 미국 커티스음악원 동창인 동갑내기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그에게 "성공은 세상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의 양에 비례"하는 개념이다.

"그동안 클래식 음악은 예술가의 정제된 이미지만을 강조해 왔지만 요즘 세대는 정해진 답보다 예술가의 다른 면면을 알고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해요. K팝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면서 아티스트를 더 가깝게 느끼잖아요. 이 지점에서 다 같은 곡을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가야말로 개개인의 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레이 첸이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과 이미지

레이 첸이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과 이미지

첸은 신동으로 불리다 콩쿠르 우승, 거장 지휘자와 함께 하는 음반 녹음으로 이어지는 젊은 연주자의 전형적 코스를 밟았지만 SNS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며 독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엔 원격으로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자택에서 녹음한 음원을 앨범으로 발표했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주를 듣고 격려할 수 있는 '토닉'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고, 2019년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과 아마추어 연주자와 협연한 '플레이 위드 레이'를 내년에는 시드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할 계획이다. 첸은 "악기를 배우면서 외로움을 느끼거나 무대 공포로 고통스러운 경우도 있다"며 "그런 이들이 음악의 주도권을 갖게 하고 싶다"고 했다.

2018년 5월 레이 첸이 불시착한 비행기 안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 뒤 탑승객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18년 5월 레이 첸이 불시착한 비행기 안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 뒤 탑승객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첸은 선우예권과 함께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과 풀랑크·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첸은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곡으로 선곡했다”며 "1 더하기 1이 2 이상의 확장성을 보이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권이는 같이 음악을 만들어 가기에 좋은 상대예요. 당연히 그도 확실한 음악적 의견이 있지만 유연하게 상대의 의견을 경청해 줍니다. 인내심이 강한 예권이와는 충돌하는 일이 없습니다."

커티스음악원 재학 시절 자녀의 친구 식사까지 챙기는 '한국 엄마표' 한 끼를 체험하며 한국 음식을 사랑하게 됐다는 첸은 아이유의 '밤편지'를 편곡해 연주하는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밤편지'를 유튜브에 올린 것을 계기로 아이유의 공연에도 초대됐다. 첸은 "5시간 가까이 완벽함을 유지하는 아이유의 모습에서 K팝 아티스트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열정적인 한국 팬을 3년 만에 다시 만나는 데 대한 큰 기대감도 나타냈다.

"'오빠'라고 환호하며 제가 록스타가 된 듯 느끼게 해 준 2010년 4월 첫 한국 공연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제가 해 온 여러 사회적 활동과 SNS 소통 노력이 모두 그날의 공연과 환호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1일 레이 첸과 함께 듀오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마스트미디어 제공

31일 레이 첸과 함께 듀오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마스트미디어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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