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
'보육원 출신 대학생 새내기 죽음' 소식에
"가슴 먹먹하지만, 저에겐 특별한 일 아냐"
"한 주에 극단 선택 시도 5명 연락 오기도"
"저도 보육원 나와 6개월 노숙했다" 고백
"저한테는 일주일에 한두 건 정도 삶을 포기하거나 삶을 포기하기를 시도한 친구들의 연락이 옵니다."
최근 보육원 출신의 대학생 새내기가 학내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자립 준비 청년을 돕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 대표는 "이 사건이 저에겐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도 세 살에 보육원에 입소해 그곳에서 저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만들어 주셨고,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보육원에서 퇴소한 지 18년 됐다"며 "이런 소식이 들려오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먹먹해지기도 하면서 제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되고, 또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모든 자립 준비 청년들을 알고 있는 게 아닌데도 한 주에 한두 건이라면 정말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작년에는 일주일에 다섯 건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단 자살을 시도한 친구들은 본인이 아니라 병원에서 연락이 와 병원에 찾아가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목을 그은 상태"라며 "18년 동안 봐온 모습이니까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 그 손목을 볼 때마다 같이 아려온다"고 했다.
김 대표는 "더 안타까운 건 (다행히) 살았는데 의료보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어떤 복지재단에서도 지원하지 않아 아이들에게 빚으로 남는다"며 "삶이 죽는 것보다 괴로워 그걸 선택했는데 살아버리니 또 빚이 남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모든 친구들에게 가장 힘든 건 동일하게 부모의 부재"라며 "아이들이 모든 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되는 자립 준비 청년이 되었을 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아이들을 위로해주고 또 인정해주고 아이들의 삶을 기대주는 그런 어른이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위에 그런 어른들이 없다 보니까 세상에 홀로 선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보육원에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사회로부터 다시 한 번 버려졌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사회로 나왔을 때 홀로 있다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훨씬 크다"고 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사채 쓰다 빚더미
김 대표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빚이 2억 원이나 있었던 한 친구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긴급 자금이 정말 많이 필요하지만 손 벌릴 곳이 없어 사채를 사용한다"며 "사채에 한 번 손대면 끊임없이 나락으로 추락해 가난의 악순환이 반복되다 결국 갚을 능력도 없고, 일할 수 있는 곳도 마음 터놓을 곳도 없어 책임질 수 없다고 판단해 그런 선택을 한다"고 밝혔다.
그 역시 "보육원을 퇴소하고 나서 6개월 정도 노숙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매일 맞고 굶는 게 일상이었던 보육원은 지옥과 같은 공간이어서 빨리 나가고 싶었지만, 퇴소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너무 두려웠다"며 "먼저 퇴소한 어떤 선배는 교도소에 들어갔대, 어떤 선배는 경찰서에 잡혀갔대, 어떤 누나는 성매매를 하고 있대, 이런 소식들이 매일매일 들려오다 보니 나도 퇴소를 하면 저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두려움으로 그날을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육원에 맡겨진 보호대상 아동 숫자는 약 2만4,000명이었고, 만 18세가 돼 보호가 종료돼 사회로 나오는 자립 준비 청년은 매년 2,500~2,700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선택할 경우 보호 종료를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 자립 준비 청년은 일회성 지원인 자립정착금 500만 원, 자립수당을 5년 동안 매월 35만 원씩 받게 된다.
자립청년에게 필요한 건 '사회적 부모'... 보육원 실태조사도
그는 "사회가 자립 준비 청년에게 관심 가지게 된 게 얼마 안 됐다"며 "2019년 김정숙 여사님께서 자립 준비 청년을 청와대에 초청해 주시면서 언론이 주목했고, 기업과 사회의 관심으로 이어져 이후 국회에서 지원 제도와 법안들이 만들어졌지만, 이제 시작된 자립 준비 청년 지원제도는 다른 취약계층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터라 더 많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보육 환경 개선과 사회의 지속적 관심, 자립을 위한 일자리 지원을 주문했다. 그는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은 더 뛰어나고 똑똑한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어 잘 준비되지 않은 자립 준비 청년들은 서류부터 계속 탈락한다"고 했다.
또 "부모의 역할을 하는 보육원 선생님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심리 상태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계시는지 국가가 살펴 처우개선이나 잘 양육하도록 점검해줬으면 좋겠다"며 "가정이 붕괴됐을 때 최선택지가 보육원이 아니라, 보육원은 최후의 보루가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 가정위탁 제도에 관심이 높아져 많은 분들이 가정 위탁을 신청해 주시는데, 아이들을 맡아 가정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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