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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소외'에 대한 천 년 전 고승의 가르침:배려와 열린마음

입력
2022.08.25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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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
자현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날로 뚜렷해지는 '공통분모 없는 사회'
'미래 소외' 위험에 노출된 어른세대
명상을 통한 내면조절과 배려가 해답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를 꼽으라면 단연 BTS가 아닐까! BTS의 작년 매출은 1조 원을 넘었다. 이는 유니콘 기업도 쉽지 않은 놀라운 결과다. 이 때문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시총은 기존 연예기획 3사(SM·YG·JYP)를 합한 것보다도 훨씬 크다.

그러나 제아무리 BTS라 하더라도 50대 이상 기성세대에게는 정체가 모호한 대상이 되곤 한다. 멤버의 이름을 아는 분은 극소수고, 때로는 멤버 수가 7명인지 모르는 경우도 존재한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언감생심이며, 다수는 제목조차 잘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역시 최고는 단연 BTS로 꼽는다는 점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최고인데도 잘 모른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톱 가수가 되면 히트곡을 모두가 따라 부르고, TV나 라디오는 틀기만 하면 이들 노래가 세뇌시키듯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제 이런 '집단적 흐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의 '모래시계'나 '사랑이 뭐길래'는 64∼6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신드롬에도 불구하고 17.5%가 최고다. 즉 모든 것이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공통분모 없는 사회'가 열린 것이다. 이는 기술혁명과 더불어 가속화되고 있다.

예전의 꼰대는 자신의 경험과 고집만 내세우는 똠방각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같은 한국어인데도 젊은이들의 말은 히어링이 잘 안 되는 난청 현상을 겪고는 한다. 즉 이제는 꼰대와 난청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배경 문화의 파편화가 사고 및 언어의 단절을 초래한 결과다. 때문에 어른과 젊은이의 대화는 서로 '기미독립선언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대충은 알겠는데, 의미가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계층에 따른 소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술혁명 시대의 기술발전은 계층 소외에 기술 소외를 추가한다. 설상가상인 셈이다. 스마트폰이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멀티기계라면, 어른의 스마트폰은 폰이라는 본래의 기능에 보다 충실하다. 스마트폰에게 폰이라는 초심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주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능을 잘 모르면, 이제는 젊은 선지식에게 물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 어른들이 존경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변화가 거의 없는 농경사회의 반복성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편리함을 내세운 새로움이 쏟아지고 있다. 즉 어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무수한 무형의 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술 소외다.

소외는 고독과 우울 등의 문제와 직결되며, 그 자체로도 심각한 고통이 된다. 때문에 감옥 중에서도 독방이 제일 가혹한 징벌이 아닌가? 현대 사회에서 기술 소외는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현재의 기술 소외보다 미래의 소외가 더 크고 가혹하다는 점이다.

2030년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은 90세며, 남성 또한 84세나 된다. 이는 기술 소외가 우리 모두가 직면한 '내일의 강렬한 태양'임을 분명히 해 준다. 이런 상황에서 요청되는 것이 바로 명상을 통한 내면의 조절이다. 보조국사 지눌은 '수심결'에서 '내 마음 밖에서 붓다와 진리를 구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 붓다는 우리 모두는 연결된 나비효과와 같은 연기법(緣起法) 속의 존재라고 단언한다. 즉 밖으로 향한 시선을 안으로 거두고, 서로가 배려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시절이다. 이렇게 될 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최악의 소외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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