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딜리셔스'… 진화생물학으로 바라본 '미식'의 역사
인류의 조상은 사냥한 매머드 고기를 일부 부위만 먹었다. 이는 클로비스인으로 불리는 1만 년 전 북미 수렵민의 거주 흔적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남겨진 거대 동물들의 뼈로 미루어 보건대 그들은 가장 먹고 싶은 부위만 먹고 나머지는 남겼다. 또한 사냥한 짐승을 불로 익혀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렵생활을 하던 고인류라고 눈에 보이는 무엇이든 먹어치우지는 않았던 것이다.
진화생물학자 롭 던과 인류학자 모니카 산체스는 맛있는 것을 추구하는 본성이 어떻게 인류 진화를 이끌었는지 탐구한다. 신간 '딜리셔스'는 미식을 진화생물학과 인류학의 렌즈로 바라본 책이다.
인류의 조상은 도구를 활용하면서 사냥도 더 많이 하게 됐다. 고대 인류의 지나친 사냥으로 지구상에서 거대하고 독특한 동물 종들은 멸종했다. 이는 이러한 동물을 자신의 종자를 퍼뜨리는 수단으로 삼아온 열매의 진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자들은 또 뇌가 커지고 이족보행을 하는 것 못지않게 인류 조상에게 중요한 기관이 코였다고 주장한다. 음식을 느끼는 즐거움이 인류의 진화와 식생활의 문화적 진화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뇌과학이나 분자생물학까지 끌어들여 진화를 정밀하게 설명하는 최근 과학 대중서의 흐름과 달리 저자들은 상상력 동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언어로 개념을 재정의하며 향미를 좇는 본능이 진화를 이끌었다는 가설을 검증해낸다. 인류 조상의 진화 궤적에 연구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던 '향미 추구'가 영향을 미쳤음을 과학과 역사, 개인적 경험을 동원해 풀어낸다. 인류가 수천 년간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고 나눠 먹으며 세계를 이해해 왔음을 보여줘, 지금의 '미식의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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