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다큐 '진실과 거짓: 마지막 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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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1부작 | 15세 이상
살바토레 그라바노(77)는 조직폭력배였다. 미국 뉴욕주 마피아 조직 갬비노 패밀리의 부두목이었다. ‘황소 새미’라 불리는 그는 청부살인으로 뒷골목에서 입지를 다졌다. 두목이 시키는 살인이라면 주저하지 않았다. 사업 재간이 뛰어나기도 했다. 조직 주요 자리에 오르자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여느 조직폭력배처럼 그의 무기는 협박과 폭력이었다. 19명의 목숨을 빼앗으며 남부럽지 않은 부를 쌓았다. 종신형 9번을 살아야 될 정도로 죄가 컸으나 그는 고작 5년만 교도소에 머물렀다. 그는 어떻게 중형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①어려서부터 촉망 받던 범죄자
그라바노는 뉴욕 벤슨허스트에서 나고 자랐다. 이탈리아계가 주로 사는 곳이었다. 20달러 지폐 뭉치를 항상 소지하고 근사하게 차려 입은 남자들, 마피아가 흔한 지역이었다. 그라바노는 어려서부터 폭력배들과 가까웠고 당연하게도 마피아가 됐다.
그는 청부살인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조직이 결정하면 그는 행동했다. 피비린내 나는 ‘일(Workㆍ마피아는 폭력과 살인을 이렇게 표현했다)’이었으나 아내와 자녀는 잘 알아채지 못했다. 낌새는 챘어도 그라바노가 들고 오는 돈뭉치에 시선이 뺏겨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묻지 않기도 했다. 그는 가정적인 가장으로 늘 가족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뒀다.
②마피아 두목을 쓰러트리다
갬비노 패밀리의 실력자 존 고티는 그라바노의 능력을 눈여겨봤다. 고티는 연예인처럼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선심을 곧잘 썼고, 미디어에 얼굴을 들이밀기 일쑤였다. 그는 두려움을 몰랐다. 그라바노를 기용해 두목을 제거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라바노가 암살 계획을 짰고 실행에 옮겼다. 갬비노 패밀리 두목 폴 카스텔라노가 1985년 12월 살해 당하자 고티는 우두머리 자리에 올랐다. 그라바노는 부두목이 됐다. 둘은 권력과 거금을 손에 쥐게 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고티를 잡아넣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라바노의 수완 덕에 고티는 감옥 신세를 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티는 그라바노를 조금씩 경계하기 시작했다. 둘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
③가족 위해 마피아로 일했을 뿐?
그라바노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인마로 불리는 것도 거부한다. 그는 그저 마피아로서 자기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군인이 명령에 따라 적군을 죽이는 것처럼 마피아로서 조직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맥락에서다. 그가 간여한 청부살인 19건 피해자에는 절친한 친구와 처남까지 포함됐다.
그라바노는 고티가 자신을 위험에 빠트린 사실을 알고선 배신을 결심했다. 고티의 범죄를 법정에서 증언하는 조건으로 FBI와 형량거래를 했다. 마피아 간부로서는 드물게 피의 맹서를 어겼다. 배신자라는 조롱이 따랐으나 그는 가족을 위해서 한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뷰+포인트
1970~80년대 뉴욕을 주름잡던 마피아의 사연이 서늘하다. 마피아가 왜 조직에 충성하는지, 냉혈한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라바노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마피아 조직 부두목으로 온갖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자신의 두목을 종신형을 살게 한 후 방송에 출연했던 당시 그라바노의 모습, 할아버지가 되고서도 여전히 참회하지 않는 그의 현재가 교차하며 소름을 빚는다.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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