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30만 가구 맞춰 설계된 도시 인프라 늘려야
허허벌판 아닌 사람 사는 곳... 이주 수요 고려
입지마다 용적률 다르게 적용해야
윤석열 정부가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을 2024년으로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정부의 연구용역을 주로 수행하는 국책연구기관 역시 난색을 표했다. '재창조 수준'의 정비를 약속한 만큼, 시간에 쫓기기보다 제대로 된 마스터플랜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2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충분히 검토하려면 1년 6개월도 부족하다"며 "한 곳도 아니고 5개 신도시의 주택이 늘어날 때, 인프라도 그에 맞춰 늘릴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은 만 2년도 안 돼 완성하는 것으로 연구기관에 밤샘 작업을 주문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전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과 배치된다.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연구 용역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국책기관은 국토연구원과 건축공간연구원 두 곳 정도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국내 기관도 한정적이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속도전에 동원될 기관마저 합리적인 속도 조절을 바라고 있는 셈이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 도로, 전기, 하수도 모두 30만 가구 기준에 맞춰 만들었는데 인구가 추가되는 만큼 인프라가 더 들어서야 한다"며 "건물 높이 등 현행법령도 고쳐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기 신도시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허허벌판에 새로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재건축 순서나 이주 수요를 짜는 것도 쉽지 않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20년 구역 지정이 된 3기 신도시도 첫 입주 시기는 2026년 말에서 2027년"이라며 "건축물이 없는 나대지 상태의 택지도 이 정도인데 사람이 살고 있는 신도시는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순환 개발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정비를 시작할지 정하는 문제도 상당한 사회적 진통을 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지마다 다르게 용적률을 적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사람마다 골격이 있듯 도시도 제각각 기반시설 용량을 갖고 있어 무턱대고 용적률을 올릴 수는 없다"며 "도시마다 입지 잠재력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용적률을 적용하긴 어려워 하나하나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 분당을 제외한 성남 일부 지역이나 안양 등 1기 신도시 지역 인근에 더 오래된 단지들이 있어 '특혜 논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의했을 때, 당시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어떤 행정법도 이런 식으로 특례와 특별로 몰아가는 법이 없다"며 "특권과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 임기 내 착공 역시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인허가를 받는 데만 평균 7년가량 걸린다. 분양, 시공 과정까지 고려하면 입주까지 10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1, 2년 안에 만들겠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세부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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