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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희귀병 치료 주사 2개월 차이로 못 맞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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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희귀병 치료 주사 2개월 차이로 못 맞는다니..."

입력
2022.08.26 13:00
수정
2022.08.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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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척수성근위축증' 환아 엄마 황신효씨
"20억원 초고가 기적의 치료제 '졸겐스마'
건강보험 적용돼 600만원 뚝 떨어졌지만
생후 24개월 이내만 주사... 27개월 딸 못 맞아"
"장기라도 팔아 주사 맞혀주고 싶다" 눈물

유전자 대체 치료제인 졸겐스마는 평생 1회 투여만으로 척수성근위축증을 치료할 수 있지만 아직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노바티스 제공

유전자 대체 치료제인 졸겐스마는 평생 1회 투여만으로 척수성근위축증을 치료할 수 있지만 아직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노바티스 제공

난치성 희귀병인 소아척수성근위축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기적의 주사 '졸겐스마'를 2개월 차이로 못 맞게 된 환아의 어머니 황신효씨는 "(아이가) 병 진단받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이라고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0억 원 상당의 초고가여서 엄두도 못 냈던 이 치료제가 최근 건강보험에 적용돼 600만 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는데도 맞을 수 없는 이유는 뭘까.

황씨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같은 처지의 엄마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2020년 2월에 태어난 황씨의 딸은 소아척수성근위축증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이 병은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운동세포가 소실돼 하루하루 근육이 약해져 걷지도 못하고, 마지막에는 스스로 호흡을 못 해 사망하거나 인공호흡기에 영구 의존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20명 내외의 환자(신생아 1만 명당 1, 2명꼴)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동안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은 초기에 2개월간 4회 투여 후 평생 동안 4개월에 한 번씩 맞는 주사제인 '스핀라자'를 맞아왔는데,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가 1회 투여로 치료할 수 있는 '졸겐스마'를 개발했다. 근위축이 나타나기 전에 투여하면 병의 근본원인인 유전자를 정상으로 돌려놔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내는 이 치료제는 가격이 19억8,000만 원으로 국내에 도입된 약 중 가장 비싸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지만, 이달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이 최대 598만 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황신효씨가 CBS에 제공한 딸의 사진. 소아척수성근위축증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라 구부정하게 앉아 간신히 버티고 있다. CBS 제공

황신효씨가 CBS에 제공한 딸의 사진. 소아척수성근위축증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라 구부정하게 앉아 간신히 버티고 있다. CBS 제공

이런 희소식에도 주사를 맞을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됐다. 이 병은 발병 시기와 진행 속도에 따라서 1형(6개월 이내 발병), 2형(생후 6개월~18개월 사이 발병), 3형(생후 18개월 이후 발병), 4형(성인기 발병)으로 나뉘는데, 졸겐스마는 2세 이하(24개월)의 환아들이 투여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투여하면 걷고 뛰는 데 장애가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이지만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는 효과가 떨어져서다.

곧 27개월이 되는 황씨의 딸도 2형에 속해 안타깝게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 때문에 척수성근위축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선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한다.

황씨는 "저희 아이가 생후 24개월이 넘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안 된다고 했다"며 "1, 2개월 차이라 어느 정도 구제방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국내 같은 경우에는 초기 연구 결과가 1형이 24개월, 13.5㎏, 이것만 결과를 반영을 한 거고 후속 연구가 5세까지도 효과가 상당히 높은 걸로 나왔다"며 "그래서 독일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은 5세까지도 효과가 높아 투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전에는 세워주면 꽤 오래 서 있던 딸이 요즘엔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하고 만세도 못 한다"며 "장기라도 팔아서 (졸겐스마를 투여)해주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는 "나중에 딸이 이 주사를 맞고 뛰어서 모든 의료진이나 이 병을 앓고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기적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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