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후원금' 명목 계좌번호 띄우는 유튜버
구글 수수료 없고 세금 안 내 '일석이조'
증여·사업소득·기부... 성격 규정 힘들어
"새로운 소득 형태로 규정하고 과세해야"
“밥값 좀 보냈습니다. 우리 대신 싸워줘서 감사합니다.”
“구독자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충성!”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이 자리 잡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앞에 진을 치고 있는 1인 유튜버뿐 아니라, 가로세로연구소 등 대다수 유튜브 채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화면의 한편, 혹은 영상 설명 공간에는 유튜버들의 계좌번호가 '자율 후원금, 자율 응원금, 자율 구독료, 우익 활동비, 후원 계좌' 등의 형태로 적혀 있다.
유튜버들은 광고수익 이외에 유튜브 실시간 채팅 기능인 ‘슈퍼챗(Superchat)’을 통해 돈을 번다. 슈퍼챗은 생중계하는 유튜버에게 돈을 보내며 메시지를 화면에 띄우는 기능이다. 액수가 클수록, 메시지를 길게 적을 수 있고 화면에도 오래 노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본사가 슈퍼챗 금액의 30% 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가자, 최근에는 화면 곳곳에 계좌번호를 띄워 놓고 ‘직접 후원’을 받는 게 대세로 자리 잡았다. 수수료는 물론 세금도 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버들이 자신의 계좌로 받은 돈은 엄연한 소득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기본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유튜버들은 “자발적 후원금인데 무슨 세금이냐”며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유튜브 방송으로 월 1000만 원 후원금 받으면... 세금 내야 할까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튜버들이 개인 계좌로 받는 돈은 과세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유튜브 후원금'을 사업소득(기타소득)으로 볼지, 후원금으로 규정할지, 그 성격조차 정의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유튜버들이 후원금을 받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문제 삼기 어렵다는 뜻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유튜브 후원금을 사업소득(기타소득)으로 분류하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고, 후원금으로 구분하면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세청 관계자는 “유튜브에 공개된 계좌에 후원금을 보내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증여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다만 유튜버마다 후원금을 받는 경로나 취지가 달라 일률적으로 정의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후원금을 개인 간 증여로 볼 경우, 50만 원 이하 소액 후원은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 번에 50만 원을 초과해 후원받으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지만, 치료비 모금 등 공적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비과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자신의 계산과 책임하에 반복적으로 받은 돈이라면, 이는 사업소득으로 분류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유튜버가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입금받았다면 기타소득(사업소득)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럴 경우에는 금액과 관계없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인지도 불분명
개인 계좌로 수수하는 유튜브 후원금이 기부금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튜브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금품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기부금으로 인정되면 돈을 보내는 구독자도, 돈을 받는 유튜버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행정안전부는 그러나 유튜브를 통한 현금 후원이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인지 논의한 적이 없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반대 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기부금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1,0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도록 했다. 등록 없이 모금하는 경우 지자체는 반환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모집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튜브 후원금의 법적 성격에 대해 아직 정리된 게 없다”고 말했다.
유튜버 ‘자진 신고’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실
과세당국이 유튜버 수익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국세청은 2020년 7월부터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거래자료(건당 1000달러·연간 1인당 1만 달러 초과한 경우)를 받아 유튜버가 구글에서 받는 광고비 송금 내역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슈퍼챗과 채널 멤버십 등이 포함된 유튜브 내 광고수익은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매달 유튜버 계좌에 입금된다.
국세청은 2019년 9월부터 ‘미디어콘텐츠 창작업’과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업’의 업종코드를 신설해 유튜브 사업자에게도 과세코드를 부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얻게 되면 광고 수수료, 구독료, 슈퍼챗 수입 등이 모두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슈퍼챗이나 광고비 이외에 유튜버가 계좌로 직접 받는 후원금은 여전히 과세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과세당국이 유튜버 개인 계좌를 일일이 들여다보기 어려워, 대부분 신고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에 수입을 신고한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업(1인 유튜버) 종사자는 △2019년 2,361명에서 △2020년 1만9,037명으로 늘었다. 신고한 금액도 429억 원에서 2,760억 원으로 증가했다.
1인 유튜버 중 상위 1% 고수입자 190명이 연간 벌어들인 수입은 총 635억4,4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수입은 3억3,444만 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10% 고수입자 1,903명의 평균 수입은 9,928만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개인 계좌로 받은 후원금은 국세청 과세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아, 유튜버들의 실제 수입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개별 계좌 후원 막을 수 없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유튜브 후원금’은 개인 계좌로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들여다볼 수 없는 데다, 채널의 세부 수익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구글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 따르면 “영상 안에 계좌번호를 노출하는 것을 막으려면 근거가 되는 제도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구글 내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며 “콘텐츠를 일일이 들여다보면서 계좌번호를 공개하는 채널을 골라내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튜브는 현재 2만여 명에 달하는 글로벌 모니터링팀을 운영 중이다. 모니터링팀은 △스팸, 현혹성 콘텐츠 및 사기 △과도한 노출 또는 성적 콘텐츠 △괴롭힘, 사이버 폭력 △아동 보호 △증오성 또는 악의적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명의도용 등 가이드라인에 위반되는 콘텐츠를 잡아내고 있다. 의지만 있으면, 문제가 되는 개별 계좌 후원 채널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무 전문가 “과세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유튜브 전문 세무사들은 개별적으로 후원받는 유튜버 수입을 과세당국 관리체계에 편입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찬영 세무사는 “과세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보니, 유튜버들 입장에선 계좌로 후원받는 돈에 대해선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원주 세무사는 “당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현행법으로도 증여세 대상으로 삼거나 기타소득으로 보고 종합소득세를 매길 수 있다”며 "유튜브 후원금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해 새로운 형태의 소득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 신고를 꺼리는 유튜버들에게 유인책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희찬 세무사는 "유튜브 채널의 방송 내용은 개인 창작물 성격이 강해 ‘비용 처리’를 통해 절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다양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해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1. 평산마을의 여름 한 달간의 기록
2. 팬덤이 쌓아올린 그들만의 세계
3. 불순한 후원금, 선의와 공갈 사이
4. 정치권, 필요할 땐 이용하고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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