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서 표정도 없고, 공을 던질 때도 전력투구하는 강인한 느낌도 없다. 심지어 투구 중 갑자기 코피를 쏟는 바람에 의료진이 급하게 출동하는 소동도 빚었다. 하지만 올해 봉황대기에서 11이닝(2경기)째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며 2승이나 올린 ‘단단한’ 투수다. 경남고 김동환(3년) 얘기다.
김동환은 2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32강전 소래고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5피안타)으로 호투, 팀의 4-0 영봉승을 이끌었다. 김동환은 경기 후 “삼진보다 맞춰 잡자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생각대로 제구가 잘 됐고 땅볼 유도도 잘 됐다”면서 “바깥쪽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면서 유리한 카운트에서 타자와 승부할 수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날 마운드에서 갑자기 코피가 난 상황에 대해서는 “아침에 컨디션은 좋았는데 갑자기 코피가 나왔다. 가끔 있는 일이라 많이 놀라진 않았다. 주변에서 더 놀라신 것 같다”라며 배시시 웃었다.
‘볼삼비’(볼넷 대비 삼진 비율)가 무척 좋은 점이 눈에 띈다. 올해 전국대회에서 총 47.1이닝(13경기)을 소화했는데, 볼넷 5개를 내주는 동안 삼진은 무려 26개나 잡았다. 봉황대기 첫 경기였던 25일 광주진흥고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이날은 대회 2승째를 올렸다. 김동환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 볼삼비가 높은 게 내 강점”이라며 “봉황대기 무실점 기록을 결승전까지 이어가고 싶다. 수비수들이 앞으로도 많이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힘줘 말했다.
경남고는 ‘에이스’ 신영우(3년)와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친 ‘거포 유망주’ 김범석(3년)에 외야수 김정민(3년)까지 3명이 청소년대표팀에 합류하는 바람에 출혈이 만만치 않다. 김동환은 “대표팀 친구들과 연락해 보니 훈련이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면서 “공백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나머지 친구들과 후배들끼리 똘똘 뭉쳐서 결승까지 올라가자고 마음을 다졌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롤모델은 경남고 선배이자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한현희(키움)다. 김동환은 “사이드암이면서도 150㎞에 육박하는 좋은 직구를 뿌린다”면서 “난 아직 결정구 위력이 약한데, 한현희 선배의 빠른 직구를 배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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