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 맡은 김재형 대법관 퇴임 임박
"9월 2일 이전 결론 날 것" 관측 우세
결정 이후 현금화에 오랜 시일 소요
외교부, 그사이 당사자 절충 나설 듯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거부해온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대법원 결정이 임박했다. 앞서 19일 대법원은 4개월간의 심리불속행(본안 심리 없이 사건 기각) 판단 시한을 이례적으로 넘기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일관계의 악재에 시달리던 외교부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김재형 대법관이 내달 4일 퇴임하면서 그 전에 결정 내릴 공산이 커졌다. 장기간 심리한 사건을 후임 법관에게 넘기는 전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28일로 역산하면 불과 일주일 남았다.
대법원이 원고 미쓰비시중공업의 재항고를 기각한다면 한국 내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 절차가 시작된다. 일본의 거센 반발에 비춰 양국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외교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상렬 아시아태평양국장이 26일 도쿄로 날아가 일본과 국장급 협의를 벌였다. 그럼에도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우리 측은 그간의 노력을 설명했고, 일본은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여전히 경청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사태 해결의 시간이 촉박한 만큼 외교부는 ‘대법원 결정 이후’를 대비하는 분위기다. 대법원이 미쓰비시의 청구를 기각하더라도 실제 현금화를 위해선 국내 특허권 2건에 대한 △기준가 책정 △감정 평가 △공매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적잖은 시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그 시간 동안 피해자들과 일본 측을 설득할 절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플랜 B'인 셈이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이미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려 피해자 입장에 섰다. 따라서 같은 사건을 놓고 판결 이행을 거부하는 미쓰비시의 손을 들어주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외교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외교부가 지난달 26일 대법원에 ‘결정을 미뤄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낸 것을 놓고 피해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교부가 꾸린 민관협의회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외교부가 내놓을 유력한 해법이 대위변제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우리 정부 등 제3자가 전범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고 이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다. 전범기업의 ‘사과’를 우선적으로 요구해온 피해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다.
물론 관례를 깨고 대법원이 다시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 통상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1차로 보고서를 올리고 재판부에서 검토과정을 거치는데, 사안의 중대성과 외교적 파장을 감안해 더 신중을 기하는 경우다. 이 경우 김 대법관 퇴임 후 재판부 구성이 바뀌는 터라 최종 결정이 언제 나올지 기약하기 어렵다. 피해자들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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