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이민정책 항의 표시
'피난처' 된 도시 "정부가 지원해야"
11월 선거 앞두고 反이민 색깔 강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이민 정책에 각을 세워온 텍사스주가 1만여 명 가까운 망명 신청자를 민주당 소속 시장이 있는 도시로 무작정 보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유화적인 이민 방침에 항의하는 움직임이지만, 이민자를 정치적 체스 게임의 졸(卒)로 전락시켰다는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反 이민 정책 표방해온 텍사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실은 “4월 이후 망명 신청자 7,400명 이상을 수도 워싱턴으로, 이달 5일 이후 1,500명 이상을 뉴욕시로 보냈다”고 밝혔다. 5개월간 9,000여 명 이민자들을 주 정부 밖으로 쫓아냈다는 얘기다.
쫓겨난 이민자들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니카라과 등 중남미에서 온 사람들로, 전세버스를 통해 워싱턴과 뉴욕에 도착했다. 이들은 도착지에 내려 뿔뿔이 흩어지거나 시에서 마련한 호텔과 대피소로 향했다.
공화당 소속 애벗 주지사는 그간 이민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 지대에 주 경찰과 방위군을 배치해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고, 컨테이너와 강철을 동원해 국경에 ‘철의 장막’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단속에도 불구, 텍사스 땅을 밟는 이민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자 다른 주에 이민자를 강제로 보내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노린 ‘정치적 움직임’
애벗 주지사의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월 중간선거에서 3연임을 노리는 애벗 주지사가 백인 지지층 표심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마누엘 카스트로 뉴욕시 이민업무 국장은 “애벗 주지사는 망명 신청자들을 무기로 삼고 있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간을 이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3월 미국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이민자들을 즉시 추방하는 ‘42호 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올 초 해당 정책 종료 방침을 밝히자 텍사스주는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민자에 우호적인 민주당 지자체가 이민자를 직접 수용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민자를 받은 워싱턴과 뉴욕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텍사스 주 정부가 망명 신청자들을 버스에 강제로 태워 보내면서도 일절 시와 협력하지 않은 탓이다.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텍사스에서 어떤 사람들이 탑승했는지, 어떤 버스가 언제 출발했는지 등 정보가 전혀 없었다”며 “희망지가 뉴욕이 아닌 이들도 강제로 뉴욕행 버스에 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과 뉴욕시는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일단 연방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을 촉구한 상태다. 민주당 소속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최근 연방정부가 소유한 1만 석 규모 DC아모리 경기장을 이민자 피난처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텍사스주의 이민자 보내기 움직임은 공화당이 강세인 다른 남부 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주에 남아 있는 이민자 수를 줄이면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정치적 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다. 실제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애리조나주 역시 최근 워싱턴으로 망명 신청자 1,500명을 보내며 ‘강제 이송’ 대열에 합류했다.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위기를 무시하고 있는 동안 텍사스가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이민자 이송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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