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복으로 한복 대중화는 한계… 패션 장르로 키워야"
“한복이 꼭 일상 속 의상으로 자리 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명절, 행사, 공연 등 특별한 날 그 자리를 더 특별하게 빛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패션 장르로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문화재청은 지난 7월 ‘한복생활’을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한복생활은 단순히 한복을 착용하는 것 뿐 아니라 한복을 입고 예절이나 격식이 필요한 의례, 놀이 등에 맞춰 향유하는 문화를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가시버시 백정희 한복 대표 백정희 원장은 “우리 옷 한복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한복생활을 ‘한복=생활’이라는 등식 성립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원장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남성복, 여성복, 생활한복 등 패션 기업을 두루 경험한 뒤 1998년 부산에서 지금의 가시버시 백정희 한복을 창업했다.
그는 전통 한복의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서는 디자인과 소재 활용으로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트렌디한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2005년 한국 한복진흥회 선정 우수 디자이너상을 수상했으며,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프랑스 파리 패션쇼(2006), UN사막화방지협약총회 초청 패션쇼(2011), 한중뷰티엑스포 개막식 기념 패션쇼(2014) 등 국내외 다양한 패션쇼에 참여했다. 영화 ‘곡성’에서 배우 황정민이 입은 한복도 백 원장의 작품이다.
그는 “한복을 입으면 어디서든 돋보이고 눈길을 끈다”며 “한복을 양장처럼 평상복으로 대중화시키는 것보다 하나의 패션장르로 키우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절 특집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콘서트, 음악회 등 각종 행사 의상 제작 요청에 백 원장이 적극 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복 제조업체 수는 2,666곳, 종사자수는 3,968명으로 2005년(한복 제조업체 수 4,506곳, 종사자 수 6,262명)에 비해 각각 40% 가량 감소했다. 백 원장은 “혼수를 위주로 하는 일반적인 한복업계의 매출파이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국악무대나 방송 연예인 의상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던한복이나 양장과 접목한 스타일은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며 “한복 디자이너와 제조인력을 양성하고 마케팅을 활성화 하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이 끊임없이 전통성 논란에 시달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자연스런 ‘과도기적 현상’으로 평가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받아들이면 결국 그것이 주류가 된다”며 “각 시대별 고증 복원 한복 못지않게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한 한복의 가치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것 자체가 한복의 매력”이라며 “전통의상이라는 틀에 가두지 말고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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