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 징역 2년 선고
"추가 실험 필요" 보고서 고의로 숨긴 혐의
"아픔에 공감 못 해"... 피해자 "항소해달라"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 검증을 위한 추가 실험 필요성이 기재된 연구보고서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30일 증거인멸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박 전 부사장은 2012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전 부사장은 SK케미칼 전신인 유공이 1994년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할 당시, 이영순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받은 유해성 실험 결과를 숨긴 혐의로 2019년 4월 기소됐다. 검찰은 언론과 국회 등이 "이 전 교수팀 실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돼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다"는 SK케미칼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박 전 부사장이 연구 결과를 숨겼다고 봤다.
이 전 교수 연구팀은 "흡입독성 시험 결과 살균제 독성물질 때문에 실험대상 쥐에 병변이 발생하고 백혈구 수치가 줄었다"며 "안전성 검증을 위해 추가 흡입독성 시험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후 "2018년 1월 환경부 현장조사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실험 연구보고서를 숨겼다"며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위반혐의를 적용해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법인 등도 재판에 넘겼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 참사"라며 "관계 회사는 진상 규명을 위한 협조보다는 회사 역량을 동원해 오랜 기간 치밀하게 진실을 가렸다"고 지적했다. 박 전 부사장 측은 "사회적 관심 때문에 사실과 다른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주진암 부장판사는 "박 전 부사장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증거자료를 은닉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 부장판사는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위반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SK케미칼 측이 환경부 현장조사 당시 연구보고서를 숨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피해자들은 선고 결과에 불만을 표출했다. 한 피해자는 선고가 끝난 직후 "사람이 죽었는데 징역 2년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법정을 빠져나가는 검사를 붙잡고 "꼭 항소해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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