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처리 후폭풍 지속
실무대표단 이어 통상본부장도 방미 예정
11월 중간선거 겹쳐 법 개정 쉽지 않을 듯
한국 전기차 보조금 차별 논란을 부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처리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는 실무급 합동대표단부터 장관급, 현지 주미대사관까지 모두 나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 설득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 상황까지 겹쳐 단시일 내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실·국장급 정부대표단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했다. 30일부터 미 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등 행정부 주요 기관과 의회를 방문해 개정된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관한 한국 정부와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안성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여건은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명한 IRA는 미국 등 북미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금 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기차를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는 2025년 미국 현지 공장 가동 전까지 이런 혜택을 보기 어렵게 돼 최대 피해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미국 측과 접촉하고 있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대사관은 미국 의회 및 행정부 인사를 다양하게 만나고 있다”며 “우리 국익 확보를 위해 한미 간 어려운 사항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협의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실무급 대표단에 이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다음 주 워싱턴을 찾아 USTR 등과 이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전기차 보조금 문제가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조 대사는 “특히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인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했고 미국 측도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에도 적극 맞서고 있다. 안 실장은 “(IRA 최종 법안이) 갑자기 발표된 측면이 있고 한국 정부만 몰랐던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잘 몰랐던 얘기”라며 “오히려 우리가 제일 빨리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7월 말 미국 민주당 지도부 타협으로 IRA 최종안이 나오자 주미대사관은 문제를 제기했으나 의회 상·하원 통과를 저지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IRA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 대사도 “이 문제는 법률이 확정된 것이어서 완전한 해법 마련에는 많은 노력이 소요된다”라고 인정했다. 9월 초부터 본격적인 중간선거 캠페인이 전개되면 의회는 내년 1월 118대 연방의회 개원 전까지는 입법 논의를 사실상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자신들의 최대 치적으로 꼽는 IRA를 시행 초반부터 바꿔줄 가능성도 낮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자국 우선 경제안보 논리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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