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가 지나면서 더위가 한풀 꺾이고 바야흐로 환절기다. 낮 최고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가는 등 더위가 계속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저 기온은 18도까지 떨어지면서 10도 이상의 일교차를 보이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혈압이 급변할 수 있어 고혈압 환자는 건강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고혈압은 수축기(최고) 혈압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최저) 혈압이 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장기에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률은 27.2%(2019년 기준)로 4명 중 1명 꼴로 고혈압에 노출될 정도로 국민 질환이 된지 오래다. 10대 사망 원인 질환이기도 하다.
최원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순환기내과 전문의는 “기온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가 혈압”이라며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이 1㎜Hg 내외로 상승하므로 고혈압 환자라면 환절기 건강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환절기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고혈압 자체보다 합병증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환절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고혈압 합병증으로는 뇌출혈ㆍ급성 심근경색 등 심ㆍ뇌혈관 질환이다.
심혈관 질환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대표적인데,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진 협심증과 막힌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협심증은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이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뇌출혈도 조심해야 한다. 낮아진 기온으로 인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지면 높아진 혈압을 이기지 못해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절기 고혈압 환자는 가슴 통증, 어눌한 발음, 마비 등 협심증이나 뇌출혈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재빨리 병원을 찾아 적절한 검사ㆍ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절기 일교차로 인해 발생하는 혈압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실내ㆍ외 온도 차가 많이 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새벽 운동도 자제하는 게 좋다. 새벽은 혈압이 가장 높은 시간이자 일교차가 큰 시간이므로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려고 한다면 낮이나 저녁 시간대에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염분의 과다 섭취는 혈압을 올리므로 소금ㆍ간장ㆍ고추장 등 장류와 김치ㆍ젓갈ㆍ조미료 등 염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되도록 적게 먹어야 한다.
술도 피해야 한다. 술은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지만 낮아진 기온으로 혈관이 수축되면 혈압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호 전문의는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을 일으킨다”며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고혈압 환자는 생활 관리와 함께 규칙적으로 혈압을 체크하는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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