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제로
·인프라 지원 등 장점
인텔, 26조 들여 반도체 공장 신설
엔솔·혼다 합작공장도 설립 가능성
편집자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연달아 국내 제조업 육성책을 내놓으며, 외국 기업에까지 ‘Made in USA’를 요구합니다. 미국의 ‘제조업 국가 복귀’ 선언은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을 어떻게 바꿀까요?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를 알아봅니다.
1990년에서 2010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공장 일자리 42만 개가 사라졌다. 총 인구(2010년 1,153만 명)의 3.6%에 달하는 일자리가 증발하자, 오하이오의 제조업은 러스트 벨트(Rust belt·불황을 맞은 과거 제조업 중심지)라는 말처럼 서서히 녹슬어갔다.
오하이오의 소도시 워런도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경쟁력을 잠식당한 미국 제조업의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워런은 2019년 지역 경제를 간신히 지탱하던 또 하나의 일터, 1966년 문을 연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떠나보냈다. 공장 노동자 1,400여 명과 관련 업체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했다.
유령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워런은 그러나, 최근 미국 제조업 부활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변신 중이다. GM이 떠났던 바로 그 부지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가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을 지으면서다. 영스타운·워런 지역 상공회의소의 가비 코비엘로 소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국일보와 만나 "얼티엄셀즈 공장 건설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2만8,000개의 지역 일자리가 직·간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제조업의 귀환은 비단 워런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반도체회사 인텔도 올해 초 신규 공장 2개가 들어설 지역으로 오하이오주 콜럼버스를 낙점했다. 투자 금액이 무려 200억 달러(약 26조7,700억 원), 직접 고용 예상 인원만 3,000명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최근 일본 완성차업체 혼다와 합작사 설립을 발표한 LG엔솔도 오하이오에 합작사 첫 공장을 세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 비영리 로비단체 리쇼어링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리쇼어링(제조업의 자국 회귀) 또는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오하이오에 새로 생긴 일자리 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만2,400여 개로, 미국 50개 주 중 가장 많다.
오하이오가 미국 제조업 부활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현상에 대해 코비엘로 소장은 "1차적으로는 반도체법 통과 같은 연방정부의 노력 덕분"이라면서도 "주정부의 다양한 인센티브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하이오주는 △인력 개발 프로그램 △비영리 지역 경제개발 조직(JobsOhio) 중심의 외국인 투자 유치 △미 공군연구소 등이 예산을 지원하는 3D프린팅 연구 허브 유치 △첨단 자동차 기술을 연구·실험할 수 있는 허브(DriveOhio) 구축 등을 통해 다른 주와 차별화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오하이오는 법인세가 없는 6개 주 중 하나다.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환경 개선에 힘쓰는 업체에 대출이나 보조금을 주고, 직원 숙련도 향상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주 정부는 인텔 공장 유치를 위해 161번 국도 확장 등 인프라 개선에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를 투자하고, 세금 인센티브 적용 기간을 기존 15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파격 혜택을 약속했다.
제조업 르네상스가 오하이오에 가져온 효과는 경제성장 이상이다. 최근 신설된 공장 상당수가 반도체나 전기차 등 첨단 업종이었던 덕에, 늙고 경쟁력 없다는 평가를 받던 지역의 이미지가 '하이테크 중심지'로 바뀌는 중이다. 코비엘로 소장은 "최근 한식당 몇 곳이 새로 문을 여는 등 한국과의 교류가 커지고 있다"며 "(제조업 쇠락을 경험한) 오하이오 전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를 환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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