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등 5,000억 원 세금으로 메워야
예비비로 막거나 본예산 편성 거론
추경 편성 가능성은 적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게 약 2,800억 원(1달러 1,300원 기준)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의 판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론스타가 요구한 6조 원이 애초 터무니없는 금액임을 감안하면 과도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이자·변호사 비용 등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최소 4,000억 원 이상을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사실상 승소’라고 해석하기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는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구금액 6조 원에는 론스타가 승소금을 받았을 때 내야 하는 세금까지 포함돼 있다”며 “우리 정부가 물어줘야 할 2,800억 원이 6조 원의 4.6%에 불과해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6조 원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청구금액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엉터리 청구금액 탓에 수천억 원의 배상액이 적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배상금 자체도 과하지만 그에 따른 이자와 변호사 비용, 법정 유지비용 등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5,000억 원이 넘을 것”이라며 “사실상 승소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ICSID가 2011년 12월 3일부터 이를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결정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추세여서 지급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자액만 약 185억 원으로 추산되고, 환율 1,350원을 적용하면 배상액만도 2,925억 원이 된다.
정부는 ICSID 판정에 대해 무효취소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럴 경우 결론이 나오기까지 늘어난 기간(통상 1~2년)만큼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효취소소송에서 승소하려면 재판부가 뇌물을 받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어야 한다”며 “이길 확률이 거의 없는 만큼 배상금은 사실상 확정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수천억 원의 비용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지급 방식으로는 정부 예비비에서 충당하는 방식이 우선 거론된다. 국회와 논의를 거쳐 본예산에 편성하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추경 편성에 대해 부정적인 데다, 금액도 조 단위가 아니어서 추경 편성 가능성은 적다.
앞서 8월 2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3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론스타 배상금과 관련해 “정부 대응 체계에 따라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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