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인천 부평구 한 건물 8층에서 소화기를 던져 고교생 등 사상자 2명을 낸 범인이 형사미성년자, 이른바 '촉범소년'이란 사실이 밝혀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전날 촉법소년 2명에 대해 관할 지역 경찰관들이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인 이 학생들은 수차례 동인천역 지하상가 일대를 돌며 금품을 훔치고 상인 등을 폭행했지만, 만 14세 미만이란 이유로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촉법소년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면서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수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이들은 범법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는다.
'촉법소년' 보도 늘며 범죄도 덩달아 느는 악순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15년 10월 CBS 의뢰로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6%가 '형사책임 연령기준 하향'에 찬성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반대는 32%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최근의 '소화기 투척 사건'과 비슷한 '용인캣맘 벽돌 살인사건' 직후 이뤄졌다. 당시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집을 지어주던 50대가 아파트 옥상에서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하고 그 파편을 맞은 20대가 두개골 골절 부상을 입었다. 벽돌을 던진 용의자는 만 9세.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해 형사처벌을 받기는커녕 소년법상 보호처분조차 받지 않았다. 범행에 가담한 만 11세 초등학생도 촉법소년으로 과실치사상의 공동정범(공범)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됐다.
이런 여론은 촉법소년 증가와 궤를 같이한다. 최근 5년간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현황은 2016년 6,576건에서 2019년 8,615건, 2020년 9,606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비슷한 시기 관련 언론 보도 역시 꾸준히 늘었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등록된 국내 종합일간지 촉법소년 기사 건수는 2015년 85건에서 2018년 187건, 2020년 263건, 지난해 404건으로 2, 3년을 주기로 2배가량 뛰었다.
반면 '엄벌(형사처벌)'을 받은 만 14세 이상의 소년 범죄는 오히려 줄고 있는 양상이다. 2021년 발간된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14세 이상 18세 미만의 소년범은 2008년 13만4,992명에서 서서히 감소해 2020년 6만4,480명에 그쳤다. 14~18세 인구 대비 범죄율도 같은 기간 1.2%에서 0.79%로 줄었다.
"나는 촉법소년"... 반성의 기미 없는 소년범들
범죄 후 촉법소년들이 보인 반응도 대중의 공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지난달 강원도 한 편의점에서 "나는 촉법소년이라 경찰이 와도 나는 상관없다"며 편의점 점주를 폭행해 중상을 입힌 중학생이 생일이 지나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학생은 그동안 유사 범행 기록만 18건이었다. 지난 5월에는 세종대 한 온라인 강의에 무단 침입해 욕설을 하고 음란물을 올리며 "나는 촉법소년이라 법적 대응이 안 통한다"던 10대가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이런 이유로 촉법소년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늘고 있다. 2019년 9월 리얼미터의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83.6%(62.6% 연령하향 개정, 21% 촉법소년 제도 원천 폐지)가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정부도 촉법소년 대상자를 만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연령 기준 현실화 문제뿐 아니라 소년 보호 처분 개선, 소년교도소 교육교화프로그램 개선 등의 문제까지 면밀하게 살펴 조만간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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