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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얼마나 덜 쓰게 하느냐가 경쟁력" 독일 밀레가 내세운 전시회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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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얼마나 덜 쓰게 하느냐가 경쟁력" 독일 밀레가 내세운 전시회 주인공은

입력
2022.09.02 13:00
수정
2022.09.02 1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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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IFA서 '지속가능성' '에너지 절감' 강조
기후 변화에 에너지 대란까지…가스요금 두 배 폭등
"에너지 절감 위한 소비자 행동 변화 이끌어 낼 것"

밀레가 2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22에서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밀레

밀레가 2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22에서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밀레


올여름 유럽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았다. 런던의 최고 기온이 40도가 넘고, 가뭄까지 덮치면서 '독일의 젖줄' 라인강의 바닥이 드러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벌어진 전쟁으로 에너지 대란까지 일어났다. 유럽 가전 업체들이 전 세계 어느 기업보다도 '지속가능성'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실천 계획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다.

1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22서 만난 세계적 독일 가전업체 밀레의 마이클 프렘퍼트(Michael Prempert) 스마트홈 홍보 매니저는 "독일만 해도 지난해 홍수, 올해 가뭄이 심했다"며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가격까지 빠르게 오르다보니 에너지 절감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밀레는 이번 IFA에서 전시장 한가운데 냉장고나 세탁기 등 신제품 대신 '넷제로(탄소배출제로)'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3년 만에 일반 관람객을 맞는 세계적 전시회에서 고급 가전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회사가 신박한 기능을 지닌 화려한 제품을 자랑해도 모자랄 판에 기후 위기 이슈를 돋보이게 하는 것 자체가 눈에 띄었다. 아직까지 기후변화나 에너지 문제를 몸으로 느끼지 못한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결국 소비자가 동참하지 않으면 환경문제 해결 안 돼"

밀레가 이번 IFA에서 소개한 '소비량 대시보드' 기능. 안하늘 기자

밀레가 이번 IFA에서 소개한 '소비량 대시보드' 기능. 안하늘 기자


특히 밀레는 가전제품의 에너지를 얼마나 썼는지 직접 보고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소비량 대시보드'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소비자는 세탁기에서 '면 세탁 모드'로 돌리면 1.4킬로와트아워(kWh)의 전기와 물 65리터(L)를 쓰는 반면 '에코모드'로 작동하면 0.5kWh, 40L만 소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마다 일주일·한 달·일 년 동안 에너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프렘퍼트 매니저는 "아무리 제조사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만들어도 탄소 배출량의 85%는 소비자가 어떻게 쓰느냐와 관계 있다"며 "소비자에게 에너지 사용 정보를 알려줘서 필요하면 사용 패턴을 빨리 고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밀레는 스마피, 록소네 등 유럽의 에너지 관리 솔루션 업체들과 손잡고 고객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돕는 기능도 추가했다. 세탁기가 태양광 에너지가 충분히 쌓이고 그 에너지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시간대를 알아서 판단해 세탁을 끝내는 식이다.



독일 가스요금 2배 인상…"에너지 절감이 가장 큰 화두"

가뭄과 무더위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라인강의 바닥이 짝짝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가뭄과 무더위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라인강의 바닥이 짝짝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밀레가 에너지 절감 기능에 이렇게나 공을 들이는 것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이후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독일 가스공급업체 라인에너지는 10월부터 1kWh당 가스 소비자 가격을 7.87센트(약 100원)에서 18.30센트(약 240원)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1년에 1만kWh를 소비하는 가정은 가스요금이 960유로(128만 원)에서 2,002유로(266만 원)로 두 배로 오른다.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스 사용량이 많아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밀레 역시 내년 봄까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량을 20% 줄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프렘퍼트 매니저는 "원자재를 씻을 때 썼던 가스 오븐을 전기 오븐으로 바꾸고 있다"며 "태양광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물건 만드는 단계에서 에너지 사는데 드는 돈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비단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올여름 방글라데시와 인도, 파키스탄에선 폭우로 수백명이 사망했다. 한국도 115년 만의 폭우로 강남과 수도권이 물에 잠겼다. 한국의 소비자와 기업들도 넷제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렘퍼트 매니저는 "유럽에선 에너지 절감이 가장 큰 화두"라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넷제로를 꼭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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