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60년 포도의 고장 김천… 샤인머스캣으로 세계시장 개척

입력
2022.09.05 04:00
19면
0 0

<34> 우리고장특산물 : 김천 샤인머스캣
2000년대 일본서 가지 가져와 첫 재배
전국 샤인머스캣 재배 절반이 김천에서
재배농가 많아지며 기술도 상향평준화
당도 선별 출하 등 철저한 품질관리 명성

김태연(63) 김천포도회 회장이 지난달 30일 김천시 봉산면 자신의 샤인머스캣 재배 농장에서 샤인머스캣의 특성과 품질관리 노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연(63) 김천포도회 회장이 지난달 30일 김천시 봉산면 자신의 샤인머스캣 재배 농장에서 샤인머스캣의 특성과 품질관리 노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잘 익었는데 껍질은 얇고 씨는 없다. 일반 포도보다 달고 아삭해 사람들 입맛을 금세 사로잡았다. 정확한 품종을 몰랐을 때 그냥 청포도나 망고포도로 불린 샤인머스캣 얘기다. 국내 농업 역사상 보릿고개를 면하게 해준 통일벼가 1970년대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면, 2010년 이후 그 자리는 샤인머스캣이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에서 육성한 품종이지만 이제 우리 토양에서 자란 샤인머스캣이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중동까지 수출길을 개척하면서 최고의 효자 품목으로 떠올랐다. 전국에선 경북 김천이 샤인머스캣의 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 샤인머스캣 절반을 김천서 생산

지난달 30일 오후 김천시 봉산면 덕천리 덕천포도원 영농조합법인. 대형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연푸른 봉지에 쌓인 샤인머스캣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봉지에 적힌 53, 73, 67 등 숫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김태연(63) 김천포도회장은 "샤인머스캣이 잘 익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긴 쉽지 않다"면서 "덜 익은 포도를 따지 않기 위해 수확 하루 전날 비파괴 당도선별기로 당도를 측정해 적어 둔다”고 말했다. 73은 당도 17.3브릭스로, 김씨는 "16.5브릭스 이상만 수확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최대의 포도 산지인 김천은 샤인머스캣 재배면적도 압도적 1위다. 경북도와 김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김천에선 5,700여 농가에서 포도를 재배한다. 1만5,000호가량인 전체 전업농의 3분의 1 수준으로 면적만 따져도 2,500㏊에 이른다. 전국 포도재배 면적의 19%가 김천에 분포한 셈이다. 이 중 1,800㏊에서 샤인머스캣이 재배되고 있어 전국 재배 면적(3,822ha)의 절반에 가깝다.

김천에선 2000년대 중반부터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일본 포도농장을 견학한 농민들이 가지 몇 개를 가져와 꺾꽂이 등의 방법으로 증식했고, 2008년부터 본격 재배에 나섰다는 게 정설이다. 묘목업자들이 종자원에 묘목 판매를 신고한 2014년부터 김천시에서 대대적인 품종확대 보급에 나서면서 생산량이 급증했다. 2016년 1%에 불과하던 경북지역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은 지난해 45%까지 늘어났다.

경북 김천시 봉산면 포도재배단지 전경. 좌측 앞쪽은 샤인머스캣 비가림 시설, 뒤쪽과 오른쪽은 높이가 5m에 달하는 대형 연동 비닐하우스다.

경북 김천시 봉산면 포도재배단지 전경. 좌측 앞쪽은 샤인머스캣 비가림 시설, 뒤쪽과 오른쪽은 높이가 5m에 달하는 대형 연동 비닐하우스다.

샤인머스캣 도입 이전 김천에선 1960년대에 포도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천 포도의 산증인으로 알려진 김성순(93)씨는 "1960년쯤부터 재배했는데, 땅과 기후 탓인지 김천보다 지리적으로 남쪽인 대구나 마산보다 일찍 출하됐다"고 말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통팔달 교통망도 김천 포도의 성장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특히 김천 봉산면 일대는 추풍령 자락을 지나는 4번 국도와 경부고속도로, KTX경부선 좌우로 5m 높이의 대형 연동형 비닐하우스와 준대형 비닐하우스가 끝없이 펼쳐졌을 정도로 최적의 샤인머스캣 재배지로 꼽힌다.

1960년대 초반부터 김천에서 포도농사를 했다는 김성순씨가 지난달 30일 경북 김천에서 포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60년대 초반부터 김천에서 포도농사를 했다는 김성순씨가 지난달 30일 경북 김천에서 포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천 포도가 명품 반열에 오른 것은 상향평준화된 재배기술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출하시기 조절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다만 김천에선 '박피포도'의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각별히 노력 중이다. 박피포도는 조기 출하를 위해 포도 껍질을 벗기는 방법으로 ‘체관’을 차단한 뒤, 광합성한 양분이 열매로만 가도록 유도해 포도를 빨리 익게 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일부 농가에서 조기 출하에 욕심을 내다가 신포도를 출하하는 바람에 김천 포도의 명성에 흠집이 생긴 적도 있다.

김흥연(57) 김천농업기술센터 포도육성팀장은 "박피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혁신적인 기술이었지만, 시설 재배가 일반화한 요즘엔 박피포도는 옛 얘기가 됐고, 최상의 맛을 유지하는 샤인머스캣 재배를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천시는 2019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포도육성팀을 신설했고, 재배 매뉴얼 보급과 미숙과 출하 방지 캠페인, 비파괴 당도선별기 보급에 앞장섰다. 지난해부터는 당도표시 및 품질인증제를 시행해 다른 지역 샤인머스캣과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농가에서도 우량계와 자동 개폐시설을 갖춘 대형 연동형 비닐하우스는 물론 일반 비가림시설 등을 활용해 6월 말부터 10월까지 수확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김충섭 김천시장은 "전국적으로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이 급증하는 있어, 품질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며 "명품 김천포도의 명성을 지키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천= 글 사진 정광진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