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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지지 이탈할라" ... 與 '통화녹음 금지법' 속도조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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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지지 이탈할라" ... 與 '통화녹음 금지법' 속도조절론

입력
2022.09.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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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발의 둘러싼 논란
상대 동의 없이 녹음하면 최대 징역 10년
일부 여론조사에선 "법안에 반대한다" 64%
'이대남 지지' 의식한 與에서도 우려 목소리
윤상현 "갑질, 성범죄 무고 등 예외조항 마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8일 발의한 '통화녹음 금지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전화통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을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도록 하는 형사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8일 발의한 '통화녹음 금지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전화통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을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도록 하는 형사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에서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찬반 여부로 장외 논쟁이 뜨겁다.

동의 없는 통화녹음 시 최대 10년 징역형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8일 사생활과 음성권 보호를 명분으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의 경우 상대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통화녹음은 합법이다. 다만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남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불법이다.

윤 의원 등 법안 발의에 참여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개정안 취지에 대해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녹음은) 사생활 및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법안 개정에 찬성하는 측은 개인 음성권을 보장해 사생활 유출 등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동의 없는 통화녹음이 이뤄질 경우 자칫 협박 용도로 악용되거나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는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녹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13개주,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가 대표적이다. 영국, 일본 등에선 녹음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를 제3자에게 공유하는 것은 안 된다.

"범죄자 보호하는 악법" 비판 비등

법안 처리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여론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통화녹음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 폭언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성범죄나 뇌물죄 사건 등에서 증거를 찾기 어려울 경우에도 제출된 통화녹음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 주요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이 처리된다면 범죄 수사나 언론 보도에 제약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대선에서 논란이 됐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녹음 파일'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 등도 불법이 된다.

국회 홈페이지에도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게시 글이 적지 않다. 손모씨는 "스토킹이나 언어폭력을 당했을 때 녹음을 할 수 있어야 그것을 증거로 고소를 할 수 있는데, 개정안은 범죄를 저지르는 파렴치한을 보호하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삼성 갤럭시폰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통화녹음이 가능해서인데, 법이 통과되면 애플 아이폰으로 바꾸겠다"는 글이 넘쳐 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6일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화녹음 금지법'에 반대하는 응답자 비율이 64.1%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제공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6일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화녹음 금지법'에 반대하는 응답자 비율이 64.1%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제공


'20대·여성'에서 반대 의견 많아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3분의 2가 '반대' 의견을 표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4.1%가 '통화녹음이 내부고발 등 공익 목적으로 쓰이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했다. '통화녹음이 협박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찬성한 응답자는 23.6%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통화녹음 금지법'에 대한 반감이 컸다. 18~29세에서 반대 응답이 80.7%로 가장 높았고, 30대(75.4%)와 40대(71.2%) 등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66.4%)이 남성(61.9%)보다 거부감이 컸다.

국민의힘서 제기되는 속도조절론, 왜?

이런 분위기 탓에 국민의힘에서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인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녹음 규제는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제한할 것인지에 관한 담론과 연결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2030세대 남성은 성범죄 무고 위협에 대한 공포심이 상당한데, 굳이 우리 당이 젊은 층의 반발을 사는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 출범 후 국민의힘에 대한 2030세대 남성들의 지지가 늘어났는데, 해당 법안을 추진할 경우 이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당 차원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을 대변하는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이들의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맨 오른쪽)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7월 강원 춘천의 한 식당에서 열린 청년 당원과의 식사 간담회 자리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웃으며 발언하고 있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준석(맨 오른쪽)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7월 강원 춘천의 한 식당에서 열린 청년 당원과의 식사 간담회 자리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웃으며 발언하고 있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장기적으로는 음성권 보호가 강화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계약서를 쓰는 문화가 아니어서 대화 내용이 증거능력을 가질 때가 많은데,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보호 수단이 박탈당할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 - 동의없는 녹음, 이대로 좋은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 - 동의없는 녹음, 이대로 좋은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윤 의원도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고 "법률안 수정 검토 단계에서 갑질 문제, 직장 내 괴롭힘, 언어 폭력, 성희롱, 협박, 성범죄, 성범죄 무고 등 직접적 위협이나 범죄 노출 등의 경우 예외나 단서조항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론회 결론을 반영해 조만간 법률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의원이 '통화녹음 금지법'을 발의한 배경에는 과거 '욕설 파문'이 계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에게 욕설한 통화녹취 유출로 당 안팎에서 뭇매를 맞았다. 윤 의원은 그러나 "(그 사건 때문이라면 개정안 발의를) 그때 했어야 하지 않았겠느냐"라며 일축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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