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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2차 대전 피해 보상금 1750조 내놔"...독일 "이미 끝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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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2차 대전 피해 보상금 1750조 내놔"...독일 "이미 끝난 일"

입력
2022.09.02 17: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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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꾸린 피해배상위원회 보고서 발표
"2차대전 피해, 지금까지... 제대로 배상하라"
독일 "이미 끝난 문제"... 양국 관계 '살얼음'

폴란드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의 대표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1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3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폴란드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의 대표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1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3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폴란드가 독일에 1,750조 원에 달하는 제2차 세계대전 피해배상금을 요구했다. 제대로 계산해보니, 독일이 폴란드에 끼친 피해가 1조3,000억 유로(약 1,752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배상할 것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피해규모 보고서 낸 폴란드 "1조3000억 유로 배상해야"

폴란드 집권여당인 법과정의당(PiS)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대표는 1일(현지시간) 독일의 침공으로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83주년을 맞아 수도 바르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독일의 침공은 엄청난 피해를 야기했고, 그때의 영향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독일은 폴란드에 1조3,000억 유로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도 추모행사에서 "우리 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었다"고 힘을 실었다.

그간 폴란드가 독일에 배상금을 꾸준히 요구해 오긴 했지만 이번에 '1조3,000억 유로'라는 새로운 청구서를 꺼낸 건, 피해 규모를 명시한 보고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PiS주도로 2017년 의회에 30명 정도로 구성된 '2차대전피해배상위원회'가 꾸려졌고, 폴란드가 전쟁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조사에 나섰는데, 위원회가 5년 만에 결과물을 낸 것이다. 이 조사에 앞서 폴란드가 추정한 피해규모는 8,000억 유로, 약 1,082조 원이었다.

카친스키 대표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 나치군이 행한 모든 것에 대한 피해배상"이라며 "이것(배상금 해결)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폴란드는 2차대전으로 유대인 약 300만 명을 포함, 폴란드 국민 약 600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추정한다. 당시 전체 인구의 5분의 1 규모다. 산업 기반 시설, 역사적 유적 등 영토가 폐허가 됐다. 카친스키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도 전쟁 때 파괴됐다가 재건된 바르샤바 왕궁에서 열렸다.

폴란드 군인이 1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3주년을 계기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폴란드 군인이 1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3주년을 계기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바르샤바=AP·연합뉴스


독일 "이미 다 해결된 문제"… 양국 관계 추이 주목

독일은 '이미 끝난 문제'라는 입장이다. 독일 외교부 대변인은 "폴란드는 1953년 피해배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정부가 소련 영향 아래 있던 1953년 소련과 동독의 배상면제협정에 따라 동독으로부터 배상받을 권리를 포기했음을 되짚은 것이다.

독일은 전쟁이 끝난 뒤 폴란드에 영토를 돌려줬을 뿐 아니라, 1990년 통일 과정에서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에도 배상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변인은 "(폴란드가 포기 약속을 이행하는 건) 유럽 질서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며 "독일은 정치적∙도덕적으로 2차대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폴란드 생각은 다르다. 독일이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른 피해국들과는 개별 협정을 맺어 배상한 반면 폴란드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배상은 '과거사 해결'일 뿐만 아니라 '폴란드 미래를 무력하게 만든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배상금 문제로 양국 관계가 어떻게 흐를지에 대해서 여러 전망이 나온다. 워낙 복잡하고 해묵은 문제인 만큼, 폴란드 정부가 이 사안을 극단으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카친스키 대표도 "배상금을 받는 과정이 길고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3선 집권을 노리는 PiS가 반독일 정서를 자극해 자국 여론을 결집할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폴란드 야당인 시민강령당 대표인 도널드 투스크는 "여당의 요구는 정치 캠페인에 해당한다"고 날을 세웠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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