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사전예약도 49명 저조
'후발주자'의 숙명, 개량 백신도 난관
"백신 플랫폼 확보, 새로운 변이 대응 가능"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접종이 5일 시작됐지만 첫날 맞은 인원은 3명에 그쳤다. 사전 예약자도 수십 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2년 만에 '백신 주권'을 확보한 건 의미 있는 성과지만 뒤늦게 기본접종(1·2차)에 투입되다 보니 애초에 접종 대상자가 많지 않은 게 한계다.
후발주자 앞에 펼쳐진 험로
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의료기관 1,383곳에서 스카이코비원 접종이 시작된 5일 1차 접종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백신 1차(252명), 2차(218명) 전체 접종자 470명 중 스카이코비원 접종률은 0.6%다. 스카이코비원은 12일까지 잔여백신을 당일 접종받을 수 있고, 13일부터는 사전 예약자 접종이 시작되는데, 이달 1~5일 사전 예약자는 49명에 그쳤다.
방역당국은 현재 스카이코비원을 18세 이상 성인 미접종자의 기초접종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00만 회분을 선구매했고, 지난 2일 초도물량 61만 회분이 먼저 출하됐다.
순수 국내 자원과 기술로 개발한 스카이코비원은 전통적인 백신 제조법인 합성항원(유전자재조합) 방식이라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냉장고 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한 것도 장점인데, 이미 전 인구의 백신 1차 접종률이 87.9%, 2차 접종률이 87%에 이르는 점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먼저 투입된 화이자, 모더나의 mRNA 백신이 시장을 휩쓸었다.
스카이코비원은 후발주자인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 백신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역시 합성항원 방식인 노바백스 백신은 올해 상반기 국내에 233만 회분이 도입됐지만 접종은 약 70만 회에 불과해 143만 회분 이상이 폐기됐다. 올 2분기 말 기준 폐기율이 61.6%나 된다.
추가접종 포함돼도 화이자·모더나는 2가 백신
이에 방역당국은 스카이코비원을 추가접종(3·4차) 백신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노바백스 백신도 폐기율이 상승하자 전날부터 만 12~17세를 접종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재 백신 3차 접종률은 65%, 4차는 14% 수준이라 기본접종보다는 접종 대상자가 많은 편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스카이코비원으로 추가접종시 접종 전보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1에 약 51.9배, BA.5에 약 28.2배의 중화능(바이러스를 막아 감염을 예방하는 능력) 상승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추가접종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감염병 전문가들이 스카이코비원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추가접종 백신에 합류한다 해도 난관은 기다린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개량 백신이다.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우한주)와 BA.1 항원을 각각 발현하는 두 기업의 mRNA 방식 2가 백신이 해외에서는 이미 긴급승인이 됐고, 국내에서도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국내에서 고위험군 대상 접종이 시작된다. 여기에 전 세계 우세종인 BA.4와 BA.5에 대응하는 개량 백신도 해외에서 개발 중이다.
백신 개발 역량 확보, 새로운 출발선
감염병 전문가들은 후발주자의 고전은 백신뿐 아니라 모든 의약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그보다는 백신 개발 플랫폼과 안정적인 공급 인프라를 확보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백신 개발 역사가 짧은 국가에서 자체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라며 "새로운 변이용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라 앞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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