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가격 상한선은 거론 안 해
인도·중국 등 불참에 실효 여부 의문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반년을 넘어선 가운데, 러시아의 전비(戰費)를 말리기 위한 국제사회의 새로운 제재 시도다. 러시아는 해당 제재를 적용하는 국가에는 석유 공급을 끊겠다며 반발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G7 재무장관은 공동성명에서 “국가별로 가격상한제 시행을 위한 조처를 긴급히 추진할 계획”이라며 “유럽연합(EU)의 6차 대러 제재 패키지 관련 조처에 맞춰 시행 시기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해당 일자가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가 시행되는 12월 5일이라고 전했다. G7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를 말한다. 현재 G7 의장국은 독일이다.
이들은 “향후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은 특정 가격 이하에 구매된 경우에만 해상운송 서비스 제공 등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격상한제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상한선은 시행에 참여하는 광범위한 국가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첫 가격 상한선은 각국이 시행하기 전 여러 기술적 수치 입력에 기반해 참여국 전체가 연합해 결정한다. 상한선 효력과 영향은 긴밀히 모니터링되며, 필요하면 가격수준은 재조정된다.
가격상한제는 G7 국가들끼리 정한 가격 이상으로는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지 않는 게 핵심이다. 합의된 상한선을 지킨 경우에만 원유 수송에 필요한 보험을 제공하도록 하는 장치 등을 통해 러시아가 원유로 얻는 수익을 제한하고 고물가에도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해상보험 없이 선박으로 원유 등 화물을 운송하면 국제 해사법 위반이다. G7 국가에 본사를 둔 보험회사가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의 90%를 책임지고 있는 점을 노린 조치다. 원유·천연가스 판매 수입이 러시아 예산 수입 절반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는 돈 줄을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이날 G7 재무장관들은 “가격상한제는 러시아 이익과 전쟁 재원 마련 여력을 줄이고,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에 하방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재원 마련을 위한 이익은 허락하지 않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즉시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런 움직임은 석유 시장에 심각한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며 가격상한제를 적용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석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가격상한제가 강력한 제재 효과를 내려면 전 세계의 동참이 필요하지만, G7 이외 국가가 적극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인도와 중국 등은 되레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하루 평균 100만 배럴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터키,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러시아 원유 구매국 참여 여부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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