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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중국 여성은 '한푸'를 입고 거리를 누빈다"

입력
2022.09.04 11:20
수정
2022.09.04 11: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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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푸 시장, 3년 뒤 3.7조원 성장 전망
"서방 향한 반감이 한푸 위상 높여"
"프랑스 디올이 한푸 모방"...불매운동도

지난 3월 중국 난징에서 열린 한푸 축제에 참가한 중국의 젊은이들이 한푸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2015년 약 370억 원이었던 중국의 한푸 시장은 지난해 1조9,700억 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화면 캡처

지난 3월 중국 난징에서 열린 한푸 축제에 참가한 중국의 젊은이들이 한푸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2015년 약 370억 원이었던 중국의 한푸 시장은 지난해 1조9,700억 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화면 캡처

중국 내 한푸(漢服)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반짝 유행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20대 여성 사이에서 패션 트렌드의 하나로 단단히 자리 잡으면서다. 중국 신세대 특유의 서방에 대한 저항심이 복고 감성을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시장 조사 기관인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1억9,000만 위안(약 370억 원)이었던 중국의 한푸 시장 전체 매출은 지난해 100억 위안(약 1조9,7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엔 2015년보다 65배 이상 증가한 125억 위안(약 2조4,600억 원)으로 매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 즈음엔 중국 한푸 시장이 최소 4억 명 이상의 소비자를 거느린 191억 위안(약 3조7,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의 전기차 3대 기업 중 하나인 샤오펑의 지난해 매출(210억 위안)과 맞먹는 수준의 거대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중국인들이 최근 열광하는 한푸는 송나라와 명나라 귀족의 의상이다. 사실상 중국의 주류 민족인 한족의 전통 의상인 셈이다. 한족 전통 의상 열풍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20대이다. 2018년 전자 상거래 업체 톈마오의 조사 결과, 한푸를 구매한 소비자의 연령대는 19~24세(52%)가 가장 많았고 16~18세(26%), 25~35세(12%) 순으로 나타났다. '95허우(1995년 이후 출생자)'라 불리는 신세대들의 구매율이 90% 이상을 차지했고, 특히 여성 비율이 64%에 달했다. 중국 명품 전문지인 징데일리는 "한푸의 핵심 고객층은 '도시에 사는 21세 여성'으로 요약된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나도 작품 속 저 배우처럼 입어 보고 싶다"고 느끼는 심리가 한푸를 21세기 거리로 불러냈다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 대한 반감이 깊은 데다 중화주의에 극도로 민감한 중국 MZ세대의 정서도 한푸 열풍의 숨은 이유로 꼽힌다. 패션을 넘어 애국심을 은연중에 드러낼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징데일리는 "MZ세대 사이에서 서구 문화권에 대한 저항 심리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정서가 그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패트릭 가텔리어 상하이시각예술학교 교수는 "한푸 열풍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중국 신세대들의 정서적 지각 변동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에선 프랑스의 유명 패션 브랜드 '디올'이 한푸를 모방했다며 인터넷을 중심으로 '디올 불매 운동'이 크게 일기도 했다. 프랑스의 중국 유학생 50여 명은 지난 7월 파리 디올 매장 앞에서 "한푸 모방을 인정하라"는 규탄 시위를 열었고, 디올은 해당 제품을 중국 디올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한국의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했다"는 중국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이 최근 확산한 것 역시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푸의 위상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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