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표현의 자유 왕국' 미국도 혐오 커뮤니티 차단…"기업, 책임회피 마라"
알림

'표현의 자유 왕국' 미국도 혐오 커뮤니티 차단…"기업, 책임회피 마라"

입력
2022.09.06 04:30
17면
0 0

'망 중립성' 우려로 차단 주저하던 인터넷 기업
비판 여론 이어지자 혐오 사이트 '키위팜스' 차단
사회적 약자 지목해 온라인 괴롭힘·물리적 피해
다크웹 등 숨어들 가능성…"폐쇄될 때까지 싸워야"

지난달 3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인터넷 서버 보안 서비스 제공업체 '클라우드플레어' 본사 건물의 모습. 샌프란시스코=AP

지난달 3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인터넷 서버 보안 서비스 제공업체 '클라우드플레어' 본사 건물의 모습. 샌프란시스코=AP

미국 인터넷 기업이 온라인 혐오 사이트를 차단했다. 표현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표현의 자유보다 사람을 보호할 의무가 먼저"라는 이유에서였다.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가 제재를 받지 않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성소수자 싫어" 살해 협박 일삼은 '키위팜스'

지난달 10일 클라라 소렌티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온라인 스토커들의 "허위 신고로 집 수색을 당했다"며 경찰이 제공한 수색영장의 복사본을 보이고 있다. 유튜버 채널 'Keffals' 캡처

지난달 10일 클라라 소렌티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온라인 스토커들의 "허위 신고로 집 수색을 당했다"며 경찰이 제공한 수색영장의 복사본을 보이고 있다. 유튜버 채널 'Keffals' 캡처

4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인터넷 서버·보안 서비스 제공업체 '클라우드플레어'는 온라인 커뮤니티 '키위팜스'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했다. 클라우드 플레어는 "최근 48시간 동안 특정인을 상대로 한 공격적인 글이 폭증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에 키위팜스 접속이 일시 차단됐다.

2013년 개설된 키위팜스는 집단 괴롭힘을 조장하는 '스토킹의 온상'으로 유명하다.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같은 약자를 목표 삼아 욕설과 살해 협박을 하는 것은 물론 물리적인 피해까지 입힌다. 이제까지 최소 3건의 자살이 키위팜스의 괴롭힘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서버 차단 사태도 이용자들의 온라인 스토킹으로 촉발됐다. 가해자들은 캐나다인 게임 방송인 클라라 소렌티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6개월 넘게 괴롭혀왔다. "소렌티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그의 집 주소를 온라인에 올리고 소렌티를 허위 신고해 긴급 출동한 경찰에 집 수색을 당하도록 했다. 겁에 질린 소렌티는 영국으로 도망쳤지만, 스토커들은 이틀 만에 피난처를 알아내 또다시 주소를 공개했다.

'망 중립성' 위반?…"혐오 방치는 책임 위반"

4일 알렉스 스타모스 페이스북 전 최고보안책임자(CSO)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스타모스는 클라우드플레어의 키위팜스 차단이 결정되기 전 "클라우드플레어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알렉스 스타모스 트위터 캡처

4일 알렉스 스타모스 페이스북 전 최고보안책임자(CSO)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스타모스는 클라우드플레어의 키위팜스 차단이 결정되기 전 "클라우드플레어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알렉스 스타모스 트위터 캡처

클라우드플레어의 키위팜스 차단은 쉽지 않았다. 인터넷 기업은 콘텐츠를 차단·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망 중립성' 개념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측도 지난달까진 "논란에도 불구하고 차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여론은 '혐오' 커뮤니티를 그대로 두는 건 인터넷 기업의 책임 회피라고 압박했다. 미국에선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범죄를 부추겨 대형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여러 번 있다. 지난 5월 13명의 희생자를 낸 뉴욕주 버펄로의 총기난사범도 극우 음모론 사이트 포챈(4chan)의 이용자였다. 알렉스 스타모스 전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CSO)는 "클라우드플레어의 현재 정책은 (사태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해롭고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커뮤니티의 존재는 적절치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키위팜스가 영원히 사라진 건 아니다. 새로운 서버 제공업체를 구하면 돌아올 수도 있다. 2019년 클라우드플레어는 또 다른 혐오 사이트인 '에잇챈(8chan)'을 차단했는데, 에잇챈은 사라지는 대신 접근이 어려운 '다크웹'으로 숨어들었다. 소렌티는 "오늘의 성과를 축하하지만, 이게 키위팜스의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앞으로도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영구 폐쇄를 위한 운동을 촉구했다.

장수현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