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000여 가구 정전으로 ‘암흑’
주택 침수로 인명 고립 사고
전신주·가로수 힘없이 꺾여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강타했다. 제주지역 1만6,000여 가구가 정전으로 암흑 속에서 공포의 밤을 보냈고, 도 전역 곳곳에서 전신주와 가로수가 힘없이 꺾여나갔다. 주택‧도로 등이 물에 잠기는 등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6일 새벽 사이 힌남노가 근접해 지나간 제주에서는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지점별 최대순간풍속을 보면 태풍이 최근접한 이날 0시14분쯤 고산(서부)에서 초속 42.5m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강풍이 몰아친 것이다. 이는 9월 기록으로 역대 4위에 해당한다. 이외에 새별오름(북부)에서는 초속 36.2m, 삼각봉(산지)에서는 초속 34.5m, 월정(동부)에서는 초속 32.3m, 중문(남부)에서는 초속 29.4m, 성산 28.4m, 제주 27.8m 등의 강풍이 기록됐다.
제주 곳곳에 폭우도 쏟아졌다. 지난 4일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지점별 강수량을 보면 윗세오름 939.5㎜ 등 한라산 산지에는 1,000㎜에 가까운 비를 퍼부었다. 또 제주 187.3㎜, 서귀포 157.9㎜, 성산 122.1㎜, 고산 266.3㎜, 오등 300㎜, 대정 278㎜, 가시리 253㎜, 대흘 240.5㎜ 등을 기록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우가 이어지면서 제주 곳곳에서는 정전 사고와 침수 피해 등이 속출했다.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제주에서는 모두 1만6,939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 중 3,506가구에서만 복구가 이뤄져 현재 복구율은 18%에 머무르고 있다. 나머지 1만3,883가구는 강한 비바람 등으로 복구 작업이 쉽지 않아 밤사이 암흑 상태에서 태풍을 견뎌야 했다.
주택 침수로 고립되고, 전신주와 가로수들이 맥없이 쓰러지는 등 태풍 피해는 제주 전역에서 발생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1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제주에서는 침수, 고립 등 모두 198건에 대한 긴급구조활동이 이뤄졌다.
전날 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는 폭우에 만조까지 겹치면서 주택에 물이 차올라 2명이 고립되는 일이 있었고, 비슷한 시각 제주시 연동에서는 폭우를 피해 건물로 대피했다가 갇히는 사고도 있었다. 또 전날 밤 노형동 노형중학교에서는 강풍에 운동장 벤치 지붕이 떨어져 나갔고, 공터에 보관 중인 보트가 바람에 날려 도로에 떨어졌다. 전신주와 가로수 등이 쓰러져 도로를 덮치는 일도 잇따라 안전조치에 나선 소방당국은 분주한 밤을 보냈다.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빠져나가면서, 이날 아침부터 점차 태풍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 제주에는5∼30㎜의 비가 더 내릴 예정이다. 또한 이날 최대순간풍속 초속 15∼30m 내외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며, 해상에는 물결이 2∼6m 이상으로 매우 높게 일겠다.
전면 통제됐던 하늘길과 바닷길도 점차 정상화될 전망이다. 앞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은 4일부터 운항을 멈췄고, 전날 오후 2시 이후로 제주공항 항공편 전편이 결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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