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국회의원 한정애
편집자주
동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수의사, 사육사, 훈련사 등은 동물 관련 쉽게 떠올리는 직업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실제 영화감독, 출판사 대표, 웹툰 작가 등 다른 직업을 갖고 동물을 위해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동물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만나 동물 관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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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업무용 컴퓨터(PC) 바탕화면은 반려견 '해피'를 안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다. 해피의 근황을 묻자 그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해피는 11년을 살다 지난해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해피의 영향이 컸을까. 그는 늘 '동물복지에 가장 열심인 의원'으로 꼽힌다. 반려견·반려묘를 키우며 국회내에서도 고양이를 돌보는 한정애(57)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야기다. 3선(19, 20, 21대) 의원으로, 환경부 장관으로서 동물보호법 및 야생동물보호법, 실험동물 관련 개정안을 쉴새 없이 발의한 한 의원을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동물복지 관련 국민의 요구, 감수성 수준이 높아졌고 이를 따라가는 게 국회"라며 "정치는 국민이 걸음보다 반 발 앞서 가며 국민에게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강아지공장에서 시작된 관심, 동물복지 전반으로 확대"
-19대,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언뜻 관계 없어 보이는 동물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유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지나가다 개가 있으면 눈이라도 맞추고, 허락 받아 쓰다듬을 정도였다. 고양이를 키웠고, 2011년부터는 '댕댕이(강아지)' 해피를 키웠다. 해피가 동물복지 관련 의정활동을 조금 더 활발하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환노위에서 활동하면서 동물원법, 사육곰 문제 등 야생동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많이 알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고,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상임위가 다른 반려· 실험동물 관련 법안도 발의했는데.
"상임위는 달라도 동물복지 문제는 서로 연관돼 있다. 2016년 '강아지 공장' 사태 이후 유기동물 관련 관심이 커졌고, 국회에서도 동물보호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당시 재선을 하면 '반드시 강아지 공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2016년 재선 후 동물단체 등과 세 차례 간담회를 열면서 이 문제를 파고 들었고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바꾸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해보자 생각했다. 반려동물 허가제부터 시작된 관심은 농장동물, 실험동물, 개식용 종식 분야까지 확대됐다."
"대체실험 활성화 성과지만 동물전시업 미해결 아쉬워"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지금까지 여러 동물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폐기된 게 많아 아쉽다. 그래도 2018년 동물대체시험 촉진을 위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공로로 한 의원은 대체실험 활성화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매년 상금 4억 원을 수여하는 영국 화장품 회사 러쉬의 '러쉬 프라이즈'로부터 로비 특별상을 받았다.) 환경부 장관이 된 후 동물대체시험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지난해 10월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대체시험법 기술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2030 화학안전과 함께하는 동물복지 실현 비전'을 발표했다. 이 같은 진전은 대체시험을 우선시해 실험동물 숫자를 줄여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16년 발의한 동물생산업 허가제는 20대 국회에서 통과됐고 올해 4월에는 동물수입업·동물판매업·동물장묘업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됐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야생동물카페 같은 동물전시업이 여전히 등록제라는 점이다. 반려동물이든 야생동물이든 동물을 전시하는 것은 동물 방치, 유기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국회 내 동물복지 이슈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예전과 엄청 달라졌다. (웃음) 19대 때만해도 동물복지 관련 법안을 발의한다 하면 다른 의원들이 '무슨 동물복지를 하냐'는 식이었다. 지금은 그런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비록 본인의 관심사는 아니더라도 지역구에서 활동하면서 동물 감수성이 높아진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어서다. 국회는 국민을 대변한다. 동물복지를 위해 힘써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높아지면 이를 따라가는 게 국회다. 다만 정치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걸어가는 것보다 반 발짝 앞서서 앞으로 가야 되는 길을 얘기 해주는 게 맞다."
-동물 관련 법안 발의에서 어려운 점은.
"논의되고 통과되기까지 너무 느리다. (웃음) 동물복지국회포럼 소속 의원들이 바라는 수준과 반려동물, 축산동물, 실험동물을 다루는 농해수위 내 법안 심사 결과와 차이가 크다.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에 축산업, 개농장에 종사하는 분이 많고 동물보호법 강화가 지역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니다. 또 개를 밭 지킴이로 활용하는 건 동물학대이지만 농촌에서는 익숙하다. 이를 규제하는 게 도심에서는 당연하지만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개식용·사육곰 문제 정부가 적극 나서야"
-개식용, 사육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거란 의견도 있다.
"사람이 통제하거나 국회가 제도를 바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엄청나게 많은 동물의 고통을 뻔히 보면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국민 감수성과 맞지 않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개식용 종식을 위해 농가 업종전환을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하는 게 문제인가. 또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육곰 농가는 '2025년부터 대한민국에 사육곰은 없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정부가 보호시설(생크추어리)를 만들고 있지만 전부 수용하기는 힘들다. 동물단체가 일부 사육곰을 매입한다면 곰을 생크추어리로 옮기기 전까지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등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필요한 데 예산을 써야 한다. 민방위복 색 변경 보다 개식용과 곰사육을 종식시킨 걸 이 정부의 실적으로 남겨야하지 않을까요."
-국회 계류 중인 동물복지 관련 법안 중 반드시 통과돼야 할 게 있다면.
"2년 전 발의한 '개∙고양이 도살 금지법'이 우선 통과되면 좋겠다. 개·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시 형사 처벌하는 게 골자다. 또 환경부 장관 시절 곰 사육 종식을 법제화하기 위해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도 추진한 바 있는데, 제대로 논의됐으면 한다. 동물원∙수족관의 허가제 전환, 동물학대 행위자로부터 동물 구조도 중요한 문제다. 특히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전임 정부가 낸 법안이니 폐기하고 다시 내자'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임 정부가 낸 법안이라도 통과되면 현 정부의 성과가 된다."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동물복지 과제는.
"(지난해 11월 구성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꾸려져 있는데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 반드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논의기구에서 합의된 내용을 전제로 앞서 언급한 개∙고양이 도살 금지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 내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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