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훈성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 있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사회보장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집단을 뜻하는 용어로 '복지 사각지대'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건 1998년 외환위기 이후다. 공공부조제가 부실한 가운데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면서, 경상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빈곤 계층 비율은 1996년 3.0%에서 2000년 8.2%로 급등했다. 빈곤층을 보호해야 할 국가 책임이 부각됐고,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돼 이듬해 10월부터 최저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급여 제도가 시행됐다.
이후 인구 고령화, 빈부격차 확대 흐름 속에 복지망이 촘촘해지고 예산도 빠르게 늘어났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늘 있어왔다. 사각지대 발굴의 전기가 된 송파 세 모녀 사건(2014) 이후 생계급여 현실화,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등 개선 조치가 이뤄져 수급자 수가 많이 늘었지만, 총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을 뜻하는 수급률은 지난해 기준 4.6%로 복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기본적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의 사각지대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3년부터 수행해온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비수급 빈곤층은 73만 명으로 추정된다. 소득인정액이 생계·의료급여 선정 기준에 부합하지만 급여를 받지 못하는 계층으로 기준중위소득 30% 이하(생계급여 대상) 34만 명(22만 가구)과 30~40%(의료급여 대상) 39만 명(26만 가구)을 합한 수치다. 재산 소득환산액이나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 자격을 얻지 못했거나 자발적으로 수급을 포기한 이들이다. 비수급 빈곤층의 월평균 경상소득은 기준중위소득 30% 이하가 67만8,000원, 30~40% 87만1,000원으로 수급가구 소득 100만 원보다 적었다.
비수급 빈곤층 추정 인원은 2003년 177만 명, 2006년 103만 명, 2010년 117만 명, 2014년 118만 명, 2015년 93만 명, 2018년 73만 명으로 대체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기준 생계·의료급여 수급자(140만 명)의 절반에 달할 만큼 여전히 규모가 크다. 주거·교육 급여 대상(기준중위소득 40~50%)인데 혜택을 받지 못한 차상위계층(59만 명)까지 합치면 비수급자가 그해 수급자(174만여 명)의 75%에 이른다. 공공부조의 사각지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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