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 6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요지서’를 공개하자, 거액 배상을 초래한 책임자 규명을 위해 판정문 전문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판정요지서에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매각 협상 지연 결과 론스타가 가격 인하로 손해를 봤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론스타에도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는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어 “한국 정부는 매각가격 인하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Wait and See)했는데 이는 정당한 정책적 목적이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가 손해액 절반인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판정 결과를 보면 “판매 가격 인하로 인한 이득은 인수 기업에게 갔는데, 왜 그 대가를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요지서에는 당시 정책 담당자들의 책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금융위원장에게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인하 후에는 성공을 축하… 금융당국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가격 인하에 노력하고 승인심사를 보류… 하나금융 관계자는 론스타에 인하하면 금융위 정치적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 언급” 등 구체적 사례가 보인다. 판정문 전문이 공개되면 책임자 규명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판정문은 비공개로 결정됐지만, 론스타가 동의하면 공개할 수 있다. 법무부도 “전문 공개를 위해 론스타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소신청 등 불복 절차 진행이 먼저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막대한 손해를 끼친 당시 정책 결정자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승산이 낮은 불복 절차 진행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법무부는 불복절차 추진에 앞서 이런 물음에 답할 필요가 있다. 배상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전문 공개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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