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쇳물 생산 중단 49년 만에 처음
"광양공장 가동 최대치 높여 공백 메울 것"
현대제철도 포항 생산량 당진·인천으로 분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찾은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현장은 참담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쏟아진 폭우로 여의도의 약 세 배 면적에 설치된 철강 제조 시설 대부분이 물에 잠겼고, 그나마 물이 빠진 자리엔 토사가 그득했다. 전기 설비마저 파손돼 비상대책회의마저도 촛불을 켜놓고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홀딩스는 7일 "제철소 핵심 설비인 고로 3기는 피해가 없었지만 일시적 가동 중단 중이며, 전기 공급 회복시 정상 가동 예정"이라고 주주들에게 알렸다. 전기가 끊긴 데다 철강 생산 작업이 언제 재개될지 가늠도 되지 않은 터라 가동 중이던 고로(용광로) 세 곳에 내린 '쇳물 생산 중단(휴풍)' 조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항제철소 내에서 쇳물 생산 작업을 한꺼번에 멈춘 건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지 49년 만에 처음이다.
아직 피해 현장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 규모 추산도 어렵지만, 증권가에선 일단 하루 수백억 원 이상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포항 제철소의 연간 조강(쇳물) 생산량은 1,500만 톤(t) 정도로 하루 기준 약 4만t가량의 생산이 이뤄지는데, 최근 쇳물 가격이 t당 100만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하루에 400억 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핵심 설비 완전 복구, 상당한 시간 걸릴 듯
문제는 핵심 자동화 설비 및 전력공급 시설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단 점이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침수 및 화재로 열연공장과 후판, 선재, 냉연 1·2공장 등 대부분의 설비에 큰 타격을 입었다. 1·2열연공장 모두 물에 잠겼고, 2열연공장 내 주전기실에서 시작된 불로 메인전기실과 수전기실, 대형 변압기 4대가 모두 불에 탔다.
선재 공장에선 전기실 내 PLC(설비자동제어장치)가 유실돼 앞으로 시설 가동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1·2냉연공장의 지하설비도 대부분 물에 잠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안가 침수 지대의 경우 소금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자동화 설비 제어 장치 등은 교체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포항공장 대부분이 잠긴 현대제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제철은 이날 공시를 통해 봉형강 및 중기 제품 제조 생산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생산 재개 일자는 공장 재가동 확정 시점에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포스코보다 피해 규모는 작지만 H형강과 철근, 특수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라 시설 복구 등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고객사 피해 최소화에 방점"
포항에 공장을 둔 동국제강 역시 일부 침수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포스코나 현대제철 사업장보단 내륙에 위치해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전날 침수 피해로 출고량 일부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는 정상 가동 중"이라고 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포항공장 가동 재개가 당분간 어려워진 만큼 광양(포스코)과 당진(현대제철) 공장 가동률을 극대화해 고객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생산 재개 예정일은 별도 공시 예정"이라며 "광양제철소의 가동률을 최대치로 높여 포항제철소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역시 "당장은 충남 당진과 인천공장의 재고를 활용해 가공품을 만들고 가동률 또한 늘릴 계획"이라며 "매출 손실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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