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터는 어떤 곳일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재미있게 보면서 나의 생각이 닿은 질문이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스스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일터를 떠난다. 우영우의 실력과 집념을 높이 산 상사는 그를 기다려주고, 돌아온 우영우는 동료들의 지지 속에 활약하며 멋진 변호사로 성장한다.
'히즈빈스커피'는 사회적기업 '향기내는 사람들'의 커피 브랜드로, 정신장애인을 고용해 예민한 작업인 커피 로스팅에서 실력을 발휘하도록 한다. 또 바리스타로도 일하도록 한다. 이들은 취직하고 나서 어느 날 잠수를 타거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히즈빈스커피의 정책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도록 회사 내 공동체와 지역사회가 지지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향기내는 사람들은 커피뿐만 아니라 분식, 청소서비스 등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향기내는 사람들은, 이처럼 장애인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고, 이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과 문화를 구축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덴마크의 '스페셜리스트 피플 재단'(Specialist People Foundation)은 자폐인들을 컴퓨터 전문가로 고용해 기업에 파견해 일하도록 한다. 파견을 받는 기업에서는 자폐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요구받는다. 집중력과 끈질김을 특징으로 하는 자폐가 오히려 특정한 일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기업은 성과 창출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받쳐주는 것은 능력 있는 개인들의 효율적인 일처리다. 늘 자신감에 차 있고, 어떤 일이나 맡으면 척척 해내고, 대내외적으로 효과적인 소통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기업이 요구하는 바람직한 경영인의 모습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회사에 다닐 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출근하기 싫고 의욕이 없었던 때도 있었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람들은 성과를 잘 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장애를 갖지 않았다고 해서 늘 효율적이고 성과를 잘 내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생애사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에 따라 일처리 속도도 장단점도 다르다.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돌다리도 두드리다 보니, 일처리를 빨리 못하는 동료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난다. 천천히 사고하고, 좀 더디고 이런 이들이 사실은 더 많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 사회가 기대하는 능력과 효율의 기준에 맞추느라 너무 힘들게 산다.
모두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쉬어 갈 수 있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춘 일터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우영우가 그랬던 것처럼 그를 기다려주고, 장점을 알아봐주고 지지해주는 리더와 동료들을 만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혁신적 사회적기업들이 구축하고 있는 지지 시스템과 제도는 모든 일터에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되면 장애인들도 모든 일터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위 비장애인들도 그 일터에서 함께 이전보다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에게 살기 좋은 세상이, 바로 모두에게 살기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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