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 선동에 노동자 등 2만 명 몰려
예언 불발에도 광신도 남아 사회문제
캄보디아, 한국에 "해고 말아 달라"
"8월 30일 인류는 대홍수로 종말을 맞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나를 믿고 내가 있는 시엠립주(州) 고지대 캠프로 모여야 한다."
캄보디아 정당 민주동맹(LDP) 총재 출신의 켐 베아스나는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없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었지만, '힌두교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환생'을 자처한 그의 예언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캄보디아 곳곳에서 10대 청소년을 포함한 2만여 명의 신도들이 시엠립 캠프로 모여들었다.
켐의 종말론을 믿은 신도 중에는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파견된 캄보디아 노동자 400여 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종말론 이후 세상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믿고 한국 내 기업을 무단이탈해 캄보디아 캠프로 향했다. 일본, 태국 등의 캄보디아 노동자들도 귀향 행렬에 동참했다.
종말 디데이인 지난달 30일. 캠프 인근은 구원받기 위해 몰려든 캄보디아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엠립 당국은 "즉시 해산하라"고 경고했으나 켐은 '최후의 집회'를 강행했다.
'지구 종말' 대신 남은 청소년 가출 문제
당연히 지구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이튿날 여느 날처럼 평온한 아침을 맞은 캠프는 혼돈에 빠졌고 많은 신도들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켐은 세계 각국의 홍수 사진 등을 제시하며 "9월 말까지 종말을 기다리는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일부 신도들은 캠프에 남았다. 캠프 인근엔 자녀들의 귀환을 바라는 부모들이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 5일 캠프에서 강제로 끌려 나온 20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자진 해산을 유도하던 캄보디아 정부는 이때부터 종말론 사건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예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켐은 지난 6일 "시민들을 불러 모으고 인근에 혼란을 일으킨 것에 사과한다"며 "앞으로 같은 행동을 하지 않고 신도들도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그는 "나는 진실만 말했기에 어떤 처벌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종말론은 사실이라고 강변했다.
"한국과 노동교류 끊길라…" 총리까지 나서 사과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 달래기'에 나섰다. 적지 않은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근무지를 이탈한 사례가 양국 노동교류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8일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 노동부는 양국 인력교류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한국 인재개발원을 찾아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어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은 무단결근한 직원들이 고용된 한국 회사를 찾아 사과했다.
캄보디아 권력의 정점 훈센 총리도 한국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7일 "해외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미신을 믿지 말고 성실히 일해달라"며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 등 외국 기업이 법적 대응을 하기보다 노동자들을 구제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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