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첫 명절
대면 명절 부담... 차례상·모임 줄여
귀성 대신 여행 떠나는 이들도 늘어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송지영(23)씨는 올 추석에 고향 제주에 내려가는 대신 ‘집콕’ 연휴를 보냈다. 부모님이 “설이면 몰라도 추석까지 가족 전체가 고향을 찾을 필요가 있겠느냐”며 이른바 ‘자율화’ 방침을 선포한 덕이다. 그는 연휴를 친구들을 만나고, 학교 과제를 하며 재충전 기회로 삼았다. 송씨는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 동안 거리두기를 하다 보니 부모님도 ‘명절에 가족이, 고향에 꼭 모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인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명절인 만큼 오랜만에 ‘민족 대이동’이 이뤄졌다. 전국 곳곳의 고속도로는 귀성ㆍ귀경 행렬로 몸살을 앓았고, 기차, 고속버스도 빈 좌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온 가족이 ‘고향 앞으로’를 외치는 전통적 대면 추석이 부활한 셈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대가족이 모여도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나만의 연휴’를 꿈꾸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친척들 반갑지만 대면 명절 피곤해요"
올해 추석에는 3년 만에 찾아온 대면 명절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양우진(49)씨는 추석 당일인 10일 국가유공자 아버지를 모신 국립대전현충원까지 다녀오는 데 꼬박 10시간이 걸렸다. 꽉 막힌 도로에서 장시간 운전도 힘들었지만 갈비찜, 전, 잡채 등 각종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2년간 비대면 명절에 익숙해져 있다가 다시 돌아가려니 피로도가 훨씬 컸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차례상을 간단히 차리고, 모임 규모 자체를 줄이는 시민이 늘었다. 장손 윤여준(27)씨는 “친척이 전부 모였는데 거창한 차례상 대신 함께 밥을 먹으면서 안부를 나눴다”며 “전, 국, 고기까지 모두 직접 준비했던 3년 전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그간 명절 차례와 기제사를 모두 전담했던 윤씨 부모님도 시대 변화를 적극 반겼다고 한다. 서울 시민 고인자(53)씨 역시 “큰집에서 간단히 차례만 지내고, 강화도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과 1박2일간 같이 보내는 등 연휴를 알차게 보냈다”고 했다.
다시 늘어난 여행족... 공항·관광지 북적
명절 연휴를 활용해 여행을 떠나는 ‘여행족’도 다시 돌아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8~12일)에 29만4,100여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관측됐다. 하루 평균 5만8,800여 명 수준으로 지난해 추석(8,742명)과 비교해 무려 6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고교 친구와 5박6일간 태국 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나모(24)씨는 “이제는 명절 때 가족들이 저마다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추석 당일 부부 동반 경주 여행을 즐긴 최모(50)씨도 “첨성대 등 유명 관광지는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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