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공개 1년 만에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인 에미상 주요 부문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인 배우가 한국어로 연기한, 비영어권 드라마가 시상식 무대에 오른 건 74년 에미상 역사상 최초다. 외신도 일제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의 새 역사를 썼다고 추켜세웠다.
황동혁(51) 감독과 배우 이정재(50)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날 수상으로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 6관왕을 달성했다.
'오징어 게임'은 올해 에미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13개 부문, 14개 후보(남우조연상 오영수, 박해수 2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 4일 스태프와 기술진을 대상으로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게스트상(단역상), 프로덕션 디자인상(미술상), 스턴트 퍼포먼스상, 특수효과상을 받았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미국 HBO 드라마인 '석세션'에 돌아갔다. 남녀 조연상 후보로 올랐던 정호연, 오영수, 박해수는 수상에 실패했다.
이번 수상은 영미권 중심의 세계 콘텐츠 시장에 균열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LA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이 그저 성대한 밤을 보낸 게 아니라 한국인 최초, 아시아인 최초 에미상 수상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며 "'오징어 게임'의 수상으로 앞으로 다른 외국어 작품의 에미상 수상 기대감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정재도 이날 열린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언어가 다르다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이번 '오징어 게임' 성기훈을 통해 수상하면서 증명된 것 같다"며 "작품의 메시지와 주제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게 중요한데 '오징어 게임'이 거기 부합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문화와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한국 드라마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세계 시청자에게 통했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는 '오징어 게임과 이정재가 에미상의 역사를 썼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징어 게임'이 몰고 온 지난 1년간의 신드롬적 인기를 되짚었다. 기사는 "빈부 격차와 도덕성의 상실이라는 현실을 다룬 이 시리즈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할로윈 의상으로 '오징어 게임' 스타일의 슈트와 마스크를 착용했고, 달고나 사탕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LA 시의회는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 행진이 계속될지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시즌2가 제작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 작품상을 수상한 '석세션'처럼 시즌제가 일반적인 미국 드라마는 여러 해에 걸쳐, 에미상을 수상한다. 황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수상 소감으로 "이게 내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며 "시즌2로 돌아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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