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중 특활비 10억 감소한 1249억
법무부, 해경, 관세청 등 3개 부처는 증가
정부 "수사 지원 등 특활비 전 부처 줄어" 설명
국방부 특활비 정보보안비로 둔갑, 50억 증가
윤석열 정부의 실세 부처인 법무부가 '예산 칼바람' 속에서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활비는 사용처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 '눈먼 돈'으로 불리는데, 예산당국은 법무부 특활비에 함께 섞여 있는 국가정보원의 '정보 예산'이 증가한 것일 뿐 전체 특활비는 줄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항목 이름만 바꿨을 뿐 사실상 특활비로 보이는 예산은 늘어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특활비는 1,249억 원으로 올해 2,393억 원 대비 47.7% 줄었다. 주로 권력·수사 기관이 가져가는 특활비는 다른 예산 사업과 달리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아 감시 사각지대다.
올해 대비 감액 수준(1,144억 원)만 보면 특활비에 메스를 댄 문재인 정부를 뛰어넘는 역대급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활비 상납 사건을 계기로 2018년 3,168억 원이었던 특활비를 800억 원 가까이 감액했다.
하지만 정부 설명대로 내년도 특활비가 대폭 깎였다고 보긴 어렵다. 국방부 특활비를 내년부터 정보보안비 명목으로 올해보다 약 50억 원 증가한 1,184억 원을 따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몫(1,134억 원)을 제외한 올해 다른 부처 특활비 1,259억 원을 고려하면 내년 특활비는 10억 원(-0.8%) 감소한 데 그치는 데다가, 국방부 정보보안비를 합하면 되레 40억 원이 늘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차원에서 특활비를 줄였다지만,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한 셈이다.
'특활비'라고 규정해 배정받은 14개 부처별로 보면 증감이 엇갈렸다. 윤 대통령 측근인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1억1,800만 원)를 비롯해 해양경찰청(+1억6,200만 원), 관세청(+1,300만 원) 등 3개 부처는 소폭이지만 특활비가 증가했다. 특히 법무부는 올해 최종 특활비 편성액인 2차 추가경정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14개 부처 중 가장 많은 5억1,800만 원 늘어났다. 이에 따라 내년 법무부 특활비 규모는 183억 원에 이른다.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국회 등 3개 기관은 특활비가 전년과 같았고 외교부 등 6개 부처는 줄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시기 검경수사권 조정,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등을 거치면서 법무부 산하 검찰과 대치했던 경찰은 특수활동비가 3억2,000만 원 줄면서 가장 많이 깎였다. 물론 경찰은 특활비 규모(710억 원)가 가장 큰 만큼 삭감액도 많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법무부, 해경, 관세청도 실제 쓸 수 있는 특활비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편성·관리하는 정보 예산이 늘어나면서 특활비 규모가 커진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정부는 각 부처에 배정된 국정원 정보 예산의 구체적인 액수는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정 운영, 수사 지원 등을 위해 활용하는 특활비는 모든 부처가 줄었다"면서 "최종 특활비와 정보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처가 공개되지 않는 특활비가 '정보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증가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름만 바뀌었지 국방부의 정보보안비 역시 특활비이며, 국정원 활동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특활비가 줄었다'는 정부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실상 국정원 예산인 정보 예산이 특활비 내에 여전히 담겨 있고 금액도 증가했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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