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가 철벽 마운드를 앞세워 29년 만에 통산 네 번째 '초록 봉황'을 품에 안았다.
부산고는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강릉고와 경기에서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선발 원상현(2년)이 8.1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성영탁(2년)이 0.2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원상현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22이닝 동안 단 1실점, 평균자책점 0.41의 눈부신 투구로 3승을 거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부산고의 봉황대기 우승은 1993년 이후 29년 만이다. 아울러 4차례 결승에 올라 '진출=우승'이라는 기분좋은 공식을 이어나갔다. 부산고는 고(故) 박동희가 3학년이었던 1985년 봉황과 첫 인연을 맺었고 이듬해인 1986년에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1993년엔 주형광을 앞세워 세 번째 봉황을 품었다. 전국대회로 범위를 넓혀도 추신수(SSG) 정근우(은퇴) 등이 활약했던 2000년 대통령배 이후 22년 만의 우승이다.
아울러 박계원 감독은 부산고 1ㆍ2학년 재학 시절이던 1985~86년에 이어 감독으로도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리게 됐다. 박계원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원상현이 눈부신 호투를 펼쳐줬다"면서 "경기 중 아쉬운 장면이 있었지만 끝까지 선수들을 믿었고 기대에 부응해 줬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1ㆍ2학년 선수들이 우승이란 성과를 거둔 만큼 부산고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된 것 같다"라고 기뻐했다.
반면 강릉고는 1975년 창단 이후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2019년 휘문고에 패한 데 이어 또한번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들었다. 청소년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최재호 감독이 자리를 비우고도 승승장구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4강전까지 6경기에서 무려 3차례나 영봉승을 이끌었던 부산고의 철벽 마운드는 결승전에서 화룡점정을 이뤘다.
원상현은 4회말 볼넷과 희생번트를 내줘 먼저 위기를 맞았지만 허를 찌르는 견제로 2루 주자를 지운 뒤 후속 타자를 뜬공으로 돌려 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위기에서 벗어난 부산고 타선은 원상현을 도왔다. 5회초 1사 1ㆍ3루에서 김태언(3년)이 우익수 키를 완전히 넘기는 2루타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선제 결승 타점을 올렸다.
원상현은 7회에도 볼넷과 희생번트로 1사 2루에 몰렸지만 후속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는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했다.
강릉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8회초 1사 1루, 2사 1ㆍ2루에서 잇따른 내야 호수비로 추가 실점을 막았고, 9회초 2사 2루에서도 좌익수 황우영(3년)이 파울 타구를 30여m 달려가 건져내는 등 분위기를 달궜지만 끝내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장외 응원전도 뜨거웠다. 양팀 재학생은 물론, 동문들과 수도권 지역의 졸업생들까지 목동구장을 찾았다. 부산고 재학생 및 동문들은 전세버스 10여대를 동원했고, 강릉고 응원단 역시 3루측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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