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놀이 문화에도 파급력"
한국어 수강생 2007년 대비 110배 폭증
"인생의 비애" K콘텐츠 명품 조연 '소주'도 덩달아 인기
'우영우' 본 일본인과 미국인이 수원을 찾는 이유
추석 연휴 전날인 8일 오후 1시쯤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카페거리 행리단길.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식당엔 손님 5~6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도 손님이 몰린 이곳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영우(박은빈) 아버지의 김밥집으로 나온 식당. 서울에서 대중 교통으로 한 시간 반 넘게 달려야 찾을 수 있는 이 식당은 '우영우'를 즐겨 본 외국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본보와 만난 식당 직원은 "외국 손님들이 매일 찾아오고 있다"며 "일본과 중국 손님이 가장 많고 서양 분들도 와서 종종 김밥을 찾는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파는 김밥은 재료 소진으로 이날 1시 30분쯤 동이 났다. 손님 이름으로 빼곡한 대기명단부엔 일본어와 영어로 쓰인 이름이 종종 눈에 띄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우영우'를 본 해외 시청자들이 서울도 아닌 수원을 찾아 영우의 흔적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오겜' 후 1년.... 웨딩 사진 찍고 SNS엔 '~님' 바람
'오징어 게임' 흥행 후 외국인들의 K콘텐츠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동반 상승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이달 낸 '2022 글로벌 한류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한국 문화 및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를 나타내는 한류현황지수는 올 상반기 평균 3.2로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기 전인 2020년 대비 4.9% 증가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한류가 뜨뜻미지근했던 나라에서 변화가 크게 일었다. 보고서에서 진흥원은 "'오징어 게임'은 놀이 문화 등 사회적 측면에서도 강력한 파급력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캐나다에 사는 패트릭·니나 플루와 부부는 지난해 여름 '오징어 게임' 콘셉트로 웨딩 사진 촬영을 다시 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수도 부쩍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보급하는 해외 세종학당 수강생은 2021년 8만1,476명으로 2007년 740명에서 무려 110배 폭증했다. 한국어와 문화에 대한 이런 관심을 증명하듯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한국 콘텐츠와 함께 'PD nim' 'Writer nim'이라고 쓴 영어 글이 굴비 엮이듯 이어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에 푹 빠진 외국인들이 한국어의 존칭인 '님'자를 영어 발음대로 'nim'으로 표기하며 제작진에게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퇴근 후 K콘텐츠 보며 소주 한잔"
'오징어 게임'에서 1번(오영수)과 456번(기훈·이정재)은 편의점 테이블에서 소주를 마신다. 서바이벌 게임을 마친 뒤 비 오는 날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비애가 담긴 이 장면을 계기로 소주는 K콘텐츠를 소비하는 외국인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브라질 국적으로 요즘 태국에 사는 제이드씨는 '오징어 게임'으로 소주에 푹 빠졌는데 5월 종방한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새삼 생각나 소주를 샀다. 13일 본보와 SNS로 만난 그는 "브라질에선 소주 한 병이 한국 돈으로 1만1,000원 정도해 비싸서 못샀고 태국에선 4,000원 정도 해 샀다"며 "퇴근 후 '나의 해방일지'를 보며 소주를 마셨다"고 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인공 구씨(손석구)는 소주를 물처럼 마시며 미정(김지원)을 추앙한다. 넷플릭스를 타고 K콘텐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에선 한국 소주 판매량이 2018년 대비 2021년 20배 급증했다. 일간 아사히는 "소주야말로 인생의 비애와 애증을 표현하는 한국 드라마의 명조연"이라고 일본에서 불고 있는 소주 열풍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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