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이어 감독으로도 우승 감격
추신수 기부금으로 훈련 여건 개선
"오랫동안 강팀 면모 유지할 것"
1986년 ‘초록 봉황’을 품었던 ‘까까머리’ 고등학생 선수가 36년이 흘러 모교 지휘봉을 잡고 과거 영광을 재현했다. 봉황대기는 29년, 전국대회로 범위를 넓히면 22년 만의 정상 등극이다. 2020년 9월 모교의 지휘봉을 잡고 부임 2년 만에 오랜 우승 숙원을 푼 박계원(52) 부산고 감독은 “묘하게 봉황대기와 인연이 깊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강릉고와 결승전에서 부산고의 1-0 영봉승을 지휘한 박 감독은 14일 인터뷰에서 “선수 때보다 감독으로 우승하니까 훨씬 뜻 깊다”며 “훈련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선수들이 묵묵히 잘 따라와준 덕분에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이 꼽은 우승 원동력은 막강한 마운드다. 부산고 투수진은 봉황대기 7경기에서 5점 밖에 내주지 않았다. 팀 평균자책점은 0.75다. 북일고와 4강전은 1실점, 강릉고와 결승전은 무실점이다. 2학년 우완 듀오 원상현이 선발로 긴 이닝을 끌어주고, 성영탁이 뒤를 책임졌다. 박 감독은 “투수들의 실력이 워낙 좋았고, 정신력도 훌륭했다”고 돌아봤다.
주장 장성현(3년)도 콕 찍어 칭찬했다. 박 감독은 “대회 타점상(8개)을 받을 만큼 찬스 때마다 적시타를 쳤다”며 “무엇보다 리더십이 뛰어나 후배들을 다독거리면서 팀을 잘 이끌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년 전 부임할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성과를 낼 줄은 몰랐다고 했다. 박 감독은 “팀이 어려울 때 부임해 성적도 안 나고, 선수 스카우트도 잘 안 됐다”고 떠올렸다. 때문에 부임 후 스카우트에 공을 들이고, 프로에서 15년 동안 수비코치를 지낸 노하우를 살려 수비 훈련에 집중했다. 박 감독은 “수비는 확실히 훈련을 많이 하면 기량이 향상된다”며 “봉황대기에서 수비력이 완전 빛을 발했다”고 강조했다.
부산고 출신 레전드 추신수(SSG)의 통 큰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는 2021년 9월 부산고에 3억원을 기부했다. 덕분에 부산고는 기존에 없었던 실내훈련장을 짓고, 조명탑도 최신식으로 설치했다. 추신수는 봉황대기를 앞둔 지난달에도 5,000만원을 쾌척했다.
박 감독은 “추신수의 기부금으로 구매한 야구공과 스파이크, 장갑, 배트 등 용품들이 이번 주에 온다”면서 “선수들한테 추신수는 신이다. 신 같은 존재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줘 우승으로 보답을 한 것 같다. 지원과 우승, 조화가 참 잘 맞는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봉황대기 제패를 응원했던 추신수는 “아마추어 야구가 사실 선배들의 도움이 없으면 야구를 하기 힘든 환경”이라며 “나 또한 선배들의 관심 덕분에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대물림 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침 14일 소속팀 SSG가 부산 원정 중이라 추신수는 이날 오전에 잠깐 모교를 방문해 후배들을 축하해주려고 했지만 선수단이 오후에 도착하는 바람에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감독은 “시간이 안 맞으니 다음에 보자”고 했고, 추신수는 “시즌 끝나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봉황대기 우승을 계기로 박 감독은 “부산고의 또 다른 전성기가 열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2학년 투수들이 힘써서 우승을 했지만 사실 내년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내후년도 전력이 괜찮다”면서 “좋은 선수도 있지만 열심히 하는 팀 분위기와 좋은 훈련 환경까지 삼박자가 잘 맞고 있다. 체계가 톱니바퀴처럼 착착 돌고 있으니까 강팀으로 오랫동안 유지되지 않겠나”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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