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에버츠, '땀의 과학'
땀에 숨겨진 비밀
편집자주
어렵고 낯선 과학책을 수다 떨 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읽어본다, SF’를 썼던 지식큐레이터(YG와 JYP의 책걸상 팟캐스트 진행자) 강양구씨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시작부터 민망한 얘기를 꺼낸다. 어렸을 때는 땀이 적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더니 땀이 많아졌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겨드랑이에 흐르는 땀은, 또 그 때문에 땀자국으로 축축하게 젖은 옷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말만 안 할 뿐이지 이 글을 읽는 독자 가운데도 땀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으리라.
반전이 있다. 이렇게 땀을 흘리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로 곤란하다. 지금 이 글을 쓴 순간에도 뇌와 손가락을 포함한 내 몸은 온갖 대사 작용을 하면서 열을 내놓고 있다. 만약 그 열이 제거되지 않으면 체내 온도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솟을 것이다. 피부로 나오는 땀은 증발하면서 바로 그 열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땀이 얼마나 훌륭한 체온 조절 장치인지는 다른 동물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 대다수는 다른 방식으로 체온을 식힌다. 알다시피 개는 혀를 내밀어 헐떡거린다. 우리가 개처럼 체온을 식힌다면, 한여름에 모두가 혀를 내밀고 다닐 것이다. 콘도르 같은 새는 지저분하게 체온을 식힌다. 자기 똥을 뒤집어쓰니까.
땀 때문에 곤란한 다른 이유는 냄새(체취) 때문이다. 피부로 나오는 땀에는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몸속에서 다양한 대사 작용의 결과로 나오는 분자가 미세하게 포함된다. 파킨슨병처럼 특정한 병에 걸린 환자에게서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포착한 과학자는 체취를 이용한 새로운 파킨슨병 진단 도구를 개발 중이다.
이렇게 땀은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일부터 살펴보자. 199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갑자기 빨간색 땀이 나서 피부과를 찾은 여성 환자가 보고된 적이 있다. 빨간색 땀이라니. 이른바 ‘색땀증’의 원인은 뜻밖에 토마토 맛 콘칩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이 콘칩을 하루 여섯 봉지씩 먹었다.
확인해 봤더니 이 여성의 빨간색 땀은 그 콘칩 과자에 포함된 토마토 성분 색과 일치했다. 당연히 그녀가 이 콘칩을 끊었더니 빨간 땀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냥 웃을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당신은 지문이나 손자국의 형태로 여기저기 땀자국을 남긴다. 경찰은 그렇게 남은 땀의 성분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해서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찾을 궁리를 하고 있다.
사라 에버츠의 ‘땀의 과학’은 이렇게 땀을 둘러싼 온갖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수많은 연구 논문과 과학자의 인터뷰에 기반을 둔 ‘진지한’ 과학책인데 마치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재미를 준다. 화학 학사 학위를 가진 오랜 경력의 과학 저널리스트 에버츠가 낸 다음 책이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아직 흥미로운 땀 얘기는 끝나지 않았다. 가끔 이성을 혹하게 만드는 기막힌 냄새를 풍기는 향수를 판다는 광고를 접할 때가 있다. 이른바 ‘페로몬 향수’다. 호기심 많은 과학자 여럿이 실제로 사람에게 소통이나 교감에 도움을 주는 ‘화학 신호’ 역할을 하는 분자가 땀에 포함되어 있는지 찾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거다 싶은 특별한 분자를 찾지 못했다.
냄새를 풍겨서 운명의 짝을 찾아보고자 그런 향수에 혹해서 돈을 쓴 사람이라면 성분부터 확인해 볼 일이다. 예를 들어 이런 향수에는 종종 사람의 땀에서도 발견되는 안드로스테논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돼지의 페로몬이다. 즉 이 제품을 뿌리면 인간 여성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몸이 달아 있는 암퇘지’가 달려들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잘못 알려진 미신도 교정하자. 가끔, 몸의 독소나 노폐물을 제거한다면서 일부러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사우나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5장). 하지만 땀을 흘린다고 몸속의 노폐물이 제거되지 않는다. 몸속의 독소는 콩팥에서 걸러내고 오줌으로 나온다. 저자의 말대로 “2,000년이나 된 사이비”는 앞으로 입에 담지도 말자.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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