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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거 없으면 안돼" 컬처 덱에 빠진 스타트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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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거 없으면 안돼" 컬처 덱에 빠진 스타트업들

입력
2022.09.15 13:58
수정
2022.09.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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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넷플릭스가 공개한 자료 하나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흔들었다. '우리는 비범한 회사가 되려고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자유와 책임'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가 요즘 신생기업(스타트업)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지는 '컬처 덱'(Culture Deck)의 시작이다.
넷플릭스가 시작한 컬처 덱은 한마디로 기업문화를 소개하는 자료다. 넷플릭스는 컬처 덱에서 직원들 각자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 높은 성과를 지향하고 여기 맞춰 업계 최고 대우와 승진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넷플릭스가 퍼뜨린 불씨

특히 넷플릭스가 컬처 덱에서 강조한 것은 보상이다. 넷플릭스는 기업의 참된 가치는 듣기 좋은 구호가 아니라 확실한 보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판단력과 소통 능력, 무엇이든 배우려는 호기심, 논란 가능성이 있는 생각을 말하는 용기, 열정과 정직, 이타적 행동 등 9가지 관점에서 인재를 평가하고 보상하며 승진시킨다고 명시했다.

넷플릭스는 컬처 덱 발표 이후 수 많은 인재들의 지원을 받았다. 회사 비전과 가치, 조직 문화를 이처럼 확실하게 소개해 효과를 본 경우는 처음이다. 그래서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세릴 샌드버그 전 대표는 컬처 덱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평했다.

15일 관련업계에서 따르면 국내에서도 컬처 덱을 도입하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컬처 덱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재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떤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담아 지원자들이 회사를 고를 때 판단하도록 돕는다. 특히 경력자들은 컬처 덱을 통해 회사를 파악하고 자신의 성장 여부를 가늠해 이직을 결정한다. 그만큼 컬처 덱도 각 기업의 특성을 살려 다양하게 진행한다.

클래스101의 기업문화를 담은 컬처 덱 '온보딩 키트'. 클래스101 제공

클래스101의 기업문화를 담은 컬처 덱 '온보딩 키트'. 클래스101 제공


책 만들어 배포하고 대표가 발표회도 가져

온라인 교육업체 클래스101은 '온보딩 키트'라는 컬처 덱 자료집을 배포한다. 사내 컬처팀이 입사자에게 이를 나눠주고 멘토처럼 배정된 직원들이 기업 문화를 알려준다. 또 대표가 새로 들어온 직원들과 만남을 갖고 회사 연혁과 지향점을 소개하는 '불꽃 세션'을 따로 갖는다. 이를 통해 이 업체는 '세상 모든 것에 배움이 있다',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자'는 회사의 철학을 공유한다. 권정화 클래스101 홍보팀 리드는 "온보딩 키트는 회사의 경영 철학과 문화를 담았다"며 "입사자들에게 회사 생활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며 자긍심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디지털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버테크 한국시니어연구소도 노인을 돌보는 기업 특성상 디지털과 대면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한 '디지로그' 철학을 담은 컬처 덱 문서를 입사자들에게 제공한다. 디지로그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는 "조직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성장하면서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복지만 내세우기 보다 직원들이 회사의 가치와 원칙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컬처 덱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거주지 중심의 분산 사무실 '집무실'을 운영하는 알리콘도 '자율근무 습득서'라는 컬처 덱을 신규 입사자들에게 제공한다. 여기에 기업 특성을 살린 원격 근무 협업 방법, 원격 근무자에 대한 법적 내용 등을 담았다. 특히 이 업체는 컬처 덱을 통해 원격 근무시 동료와 소통이 줄어들고 소속감이 떨어지며 발생할 수 있는 고립감을 없애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단순 근무 지침이 아닌 이모티콘 사용 등 메시지 전달 방식과 정서적 교류 방법까지 다룬다. 조민희 알리콘 공동대표는 "원격 근무와 관련해 다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터득한 경험을 반영해 자율근무습득서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니어연구소에서 새로 입사자들에게 제공하는 책자 형태의 컬처 덱. 한국시니어연구소 제공

한국시니어연구소에서 새로 입사자들에게 제공하는 책자 형태의 컬처 덱. 한국시니어연구소 제공


전담 팀 구성하고 앱과 메타버스도 활용

금융기술(핀테크)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컬처 에반젤리스트팀이 있다. 새로 입사한 사람들이 기업에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3개월 동안 기업의 목표와 문화 등을 교육하고 대표와 다과회 자리 등을 마련한다.

핀테크 기업 핀다도 컬처 덱팀 구성과 팀장 선발을 검토 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창립 6주년을 맞아 발표한 6가지 핵심가치를 컬처 덱에 담아 홈페이지와 네이버 포스트 등에 공개하고 있다. 핵심 가치 6가지는 '고객 가치를 위해 모든 의사결정을 한다', '회사와 동료의 끝없는 성장을 믿는다', '집요하게 질문하고 도전한다', '목표는 같이 정하고 방법은 자율적으로 한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한다' 등이다. 차수연 핀다 홍보팀 리드는 "컬처 덱을 중요하게 생각해 사내 피플팀에서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유명한 강대명 카카오 개발자 등 외부인을 초빙해 개발자들을 위한 강연행사를 15일 갖는데, 이 또한 회사의 자신감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컬처 덱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주류 스타트업 데일리샷은 앱을 통해 컬처 덱을 시도한다. 술을 사랑하는 김민욱 대표가 창업한 이 업체는 각종 술을 앱으로 주문하면 집 근처 식당에서 찾을 수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O2O)한 서비스를 한다. 이 업체는 앱에 회사의 정체성과 주류의 역사와 문화 등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회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밖에 네이버는 가상공간(메타버스)인 '제페토'를 이용해 기업 문화를 소개하는 '코드데이'라는 특별한 컬쳐 덱을 갖고 있다. 새로 입사한 사원들이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로 만나 다양한 온라인 워크숍을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창업자의 가장 큰 고민이 인력 관리"라며 "컬처 덱도 스타트업 CEO들의 공통된 고민이 낳은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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